보도블록 위로 은행잎이 수북이 내려앉아 있다. 아무거나 군은 노란 잎만 봐도 구릿구릿한 은행 냄새가 나는 듯해 까치발을 하고 요리조리 피하며 걷는다.
얼마 전 아무거나 군은 학교에 웹툰 발행을 위한 회사를 차렸다. 그러니 등굣길이기도 하고 출근길이기도 하다.
친구들 몇이 지원해 정식 직원으로 채용도 했다. 공교롭게도 직원들 전부가 안경을 쓰고 있어 회사 이름을 <안경들>이라고 지었다.
웹툰 발행은 서 작가가 진두진휘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주변의 이야기를 글로 모아 오기로 했고 아무거나 군이 최종적으로 스토리에 맞춰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아무거나 군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엄마랑 도서관에 출입한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웬만한 학습만화와 웹툰은 읽어 봤고 그중 <오므라이스 잼쟁> 시리즈를 좋아해 조경규 작가님처럼 웹툰 작가가 꿈이다. 엄마는 미술학원 다니길 원하지만 아무거나 군은 아직 그럴 마음이 없다.
앞으로 <안경들>이 어떻게 회사를 꾸려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