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아침은 아무거나 군에게 최악의 날이었다. 항상 다정하게 깨워주시던 엄마가 그렇지 않았으며, 밤새 코가 막혀 깨다 자다를 반복해 머리까지 아팠다.얼마 전 정리 해고한 친구가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요청에 마음까지 복잡했다.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서어지럽게 뒤섞인것이마치명절 할머니댁 갈 때처럼꽉 막힌 도로의 모습과 닮았다.
이런 날은 아무거나 군도 집에서 이불 안에서 뒹굴며 고민을 정리하고 싶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오전에 웹툰 수업이 있으니 쉽지 않다. 그래도 오전에만 외출하면 되니 다행이다 싶었다.
아무거나 군은 머리도 아프고 오랜 시간 차로 이동해 웹툰 수업이 눈으로 들어왔다 귀로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힘겹게 수업을 끝냈다. 집으로 곧장 가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쉴 생각을하니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빠르게 엄마 차에 올라 엉따(시트 히터)를 누르며 편안하게 등을 기대려는 순간이었다.
오후에 북페스타 가자
'뭔 소리지. 내일 가기로 하지 않았나!'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며 엄마를 쏘아봤다.
아무거나 군의 표정에서 싫은 내색을 감지한 엄마도 자신의 변명을 뭐라 뭐라 계속 이야기했다. 그럴수록 아무거나 군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 모습에 빈정이 상한 엄마도 끝내 협박투로 행사장에 가는 걸로 명령했다.
항상 아무거나 군의 의견을 존중하던 엄마였는데 이날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말 황당했고 화도 났다. 하지만 아무거나 군은 아무 힘도 없는 어린이이다. 엄마 말을 따를 수밖에.
행사장에 도착하니 아무거나 군의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이거였군. 엄마는 이모랑 수다가 떨고 싶었던 거다.
아무거나 군은 정리해고한 친구의 부탁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에 엄마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행사장에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