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이드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온 햇살에한쪽 눈을 살짝 들어 올려 방을 훑어본다. 어둠은 거의가 사라지고 날 선 밝은 햇살이 자리 잡았다. 밝은방은전날 아무거나 군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던 걱정이 사라진 지금 자신의 마음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전날 시작은 불만으로 가득했으나 생각보다 훨씬 많이북페스타에서마음껏 즐겼던 아무거나 군이다. 그렇다고 아침에 일어날 때코가 막혀 아팠던 머리가 괜찮아지거나 엄마에 대한 배신감이 사리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북페스타를 즐기는 동안만은 잊고 있었던 건 확실하다.
점심 끼니까지 건너뛰고 즐기다 보니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엄마는 아무거나 군의 마음을 어찌알고 나름 우리 지역에서 핫하다는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인기가 있다는 건 주말 같은 날은 대기가 길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거나 군은 추운 실외에서 오들오들 떨며 놀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니 종일 아무문제없었던 속이 탄산수가 보글보글 거품이 넘칠 때처럼 빈속이 자꾸 보글거렸다. 더 이상 참기가 힘들어 엄마를 부르기 위해굳게닫고 있던 입이 떨어지는 순간 닫혀있던뚜껑이 열리자 솟구치는 탄산수처럼 입 밖으로토사물(물 밖에 없었지만)이 뿜어져 나왔다. 역시 엄마는 달랐다. 단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으로 아무거나 군의 입에서 나오는 토사물을 받아냈다. 순간 아무거나 군은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무한 신뢰가 생기며 아침의 배신감은 자취를 감췄다.
속을 시원하게 게워낸 아무거나 군의 마음은 더없이 홀가분했다. 엄마의 깔끔한 뒤처리로 모든 게 정리된 순간 긴 대기 줄도 식당 안으로 휩쓸리듯 사라졌다. 허기에 잡아 먹힐 뻔한 아무거나 군도 속이 편해진 덕에 평소보다 더 꿀맛 같은 저녁 식사를 즐겼다. 든든해진 배를 어루만지다 정리해고 한 친구의 부탁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