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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Aug 09. 2022

부유하는 마음

갈팡질팡 어디로 흘러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마음에게

찜통더위가 온 세상을 익혀 버릴 듯 뜨거운 열기가 숨 막히게 한다. 이런 절정의 무더위를 피해 다들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가나 보다. 우리 가족도 수영장이 있는 펜션으로 잠깐의 더위를 피해 떠났다.

생각보다 너른 수영장과 지근거리의 숙소 방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산 중턱에 가부좌 틀고 앉은 펜션이 문제였다. 점심으로 시큼한 김치전에 막걸리 한 잔 걸친 남편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리고 엑셀러레이터 위 발은 뻣뻣하고 부자연스럽다. 눈앞 가파르고 아찔한 길에 주눅 들어 심각하게 무섬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시 도착해 짐을 옮기며 흘린 땀의 양이 웬만큼 소낙비가 됐다. 땀을 식히기 위해 수영장으로 입수해  물장구의 물보라에 섞어 보냈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피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여름밤의 절정은 이글이글 숯불 위에 올려진 바비큐로 마무리하며 그날의 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었다.


이른 아침 깊은 골마다 습기를 잔뜩 품은 첩첩산중이 바라보였다. 짧은 시간에도 자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깊이 취했다.  그 뒤 눈에 들어온 모습은 물 좋고, 산세 깊은 계곡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펜션이었다.

순간 자연의 파괴 현장 깊숙이 관여된 듯 그 속에 즐겁게 파묻혀 있는 내가 싫어졌다. 어설픈 내 안의 환경사랑이 죄책감을 끌어올리는 도르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불쑥 이중적인 내 마음을 내비쳤다.

“내가 참 모순적인 것 같아요.”

난개발로 파괴되는 자연에 절망스러워하면서, 그 안에서 신나고 편안한 여름휴가를 보내는 나에게 자괴감까지 붙었다.

"참! 어렵게 산다."

남편은 나를 빤히 보며 생각이 많아 힘들겠다며 그냥 지금 이 순간은 즐기면 안 되겠냐는 요구를 했다.

산림들이 파헤쳐지는 현장을 눈으로 보면 인간의 욕망은 끝은 어디일까? 안타까워며 고심하던 내가 있다.

원래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리 잡고 난 후에는 언제 그런 마음이었나 싶게 쉽게 개발된 환경에 동화된다.

이런 내 마음 이곳저곳을 혼란스럽게 하는 부유물은 과연 진심일까! 스스로 의문을 가지 게 된다.

      


요 며칠 내 머릿속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다.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거센 파도가 되어 일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피켓을 들고 1m³(도크) 구조물에 자신을 가두고 파업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뉴스를 통해 봤다.
보통의 우리는 파업으로 일어난 결과에 대해 찬반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본다. 파업으로 발생하는 불편은? 손해는? 에 집중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파업을 왜? 무엇 때문에? 하게 되었는지 원인에는 관심이 극히 적다.
여론 지형이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에 치중한 보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일 거다. 대단히 모순적인 것이 우리의 대부분은 사측에 속한 그룹이 아닌 노동자 그룹에 있으면서도 사측의 손해에 깊이 관여한다.
사회와 우리는 경제적 손실과 노동자 삶을 같은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잰다. 절대 성립할 수 없는 대응식인 걸 알지만 우리는 외면한다. 왜일까? ‘남의 일로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1m³(도크) 속 노동자의 모습에서 서글픔과 안타까움이 나를 지배당한 기분이다. 그 순간 세상이 허락한 그의 삶과 내 삶의 넓이가 딱! 그만큼 인듯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과는 별개로 협상이 이루어진 후 잠잠한 여론의 흐름에 점점 내 마음속 무게의 깊이는 얕아졌다.

여론에서 사라진 이후 그들의 삶은 내 삶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순간 화르륵 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섬광과 같다.

여전히 그들의 삶은 팍팍하고 힘들지만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스미지 못하고 내가 아닌 남이 되기 때문일 거다.


내 마음은 주인의 견해가 뚜렷하지 못한 이유로 정처 없이 이곳저곳 방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안의 혼란이 언제쯤 멈추고 편안한 삶 속으로 스며들지 스스로 의문을 던지며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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