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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Oct 17. 2022

가로수길에서

냄새에 취하다.

폴짝폴짝, 요리조리 발걸음이  분주하게 옮겨 다닌다.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볕을 마음껏 끌어안고 보도블록 위 시간을 채운 노란 은행들이 중력에 지고서야 떨어져 얼룩을 만들었다.

꼬릿꼬릿한 냄새가 자동으로 마스크 위에 손을 올려 코를 막게 한다.


"으악, 으악, 으악 엄마 신발에 똥 냄새가 묻을 것 같아요."


아들은 매번 은행 냄새를 똥 냄새에 비유한다.


가을은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반짝반짝 선명하게 자랑질하며 아름다움을 뽐낼지 아는 계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들에게는 은행 냄새에 지고 만다.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은 다양한 이유 중 단연코 도시의 공기질 정화 목적이 크다.  이런 큰 장점을 가지고도 은행나무의 수고로움은 역한 냄새에 의해 길 위 나뒹구는 휴지조각이 된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냄새로 덮어 버린 은행나무의 수고로움과 노랗게 물든 잎의 황홀경을 아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서 뒤뚱거리며 걷는 아들이 마냥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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