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뚱 Nov 14. 2022

가을

가을이 내 마음이다.

밤사이 찬 기운을 고스란히 견뎌낸 자동차. 등교를 위해 차 문을 열자 냉기가 새어 나온다.

아들과 나는 차례로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의자의 열선을 켰다. 아들이 말한다.

"추운 겨울을 이길 수 있는 건 히읗뿐 이에요"

"히읗, 그게 뭐야?"

"핫팩, 히터요."

동시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린다. 정말 가을의 끄트머리에 있나 보다. 히터를 먼저 찾는 걸 보면. 그래도 웃음의 열기가 제법 차 안의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아침 등굣길이다.

     

아들을 등교시키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곱게 물든 가로수가 눈으로 듬뿍 들어온다. 따사로운 햇살, 살랑살랑한 바람, 보송보송한 솜털 구름 가득 품은 가로수가 오늘따라 더 예쁨을 자랑질 중이다.

걷는 길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낙엽이 내 마음으로 살랑바람 한 줌 불어넣고 따사로운 햇볕 한 움큼 건네준다. 폭신폭신한 솜털도 뒤질세라 편안하게 가득 채워온다.

한 잎, 두 잎 떨어진 낙엽이 내가 걷는 길 위로 융단을 깔아준다. 내 발길에 바스락바스락 이야기 건네며 함께 이 가을을 느끼며 놀아보자고 하는 듯하다. 이런 내 마음과는 별개로 거대한 선풍기 같은 청소기로 바람을 불자 낙엽은 힘없이 한 곳으로 떠밀려 난다. 우우웅 소란스러운 소리가 점점 내게로 가까워지더니 낙엽을 청소하는 미화원분들이다. 아쉽다. 아직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고운 낙엽 융단이 순식간에 걷어진다.

낙엽은 곱게 품은 가을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지 모른다. 나 역시 가을 가득 품은 낙엽과 즐기고 싶다.


나뭇잎이 떨어진 나무는 점점 헐벗어 앙상한 모습이다. 편안하고 따사로운 가을을 뒤로하고 점점 차가워지는 겨울을 기다리는 내 마음 틈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며 가난한 사람으로 만드는 듯하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더 늦기 전에 아름답고 따사한 이 가을을 마음으로 듬뿍 담아야겠다. 추운 겨울 따사로운 가을빛으로 내 마음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      

작가의 이전글 걱정의 세불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