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

곱게 화장하다.

by 핑크뚱

언제 추웠냐 싶게 오늘은 너무 따뜻합니다.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는 데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장보기를 했습니다. 솔직히 장 봐와도 먹을 게 별로 없다는 게 함정입니다.

그렇게 마트 장보기를 하며 제발 좀 데려가달라며 간절함을 호소하는 큰 무 하나를 가져(사)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무를 참 좋아합니다.

수준급 요리 실력이 아닌 저도 쉽게 몇 가지 정도는 뚝딱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구입한 무는 인삼보다 좋다는 보약 같은 가을 무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그중 첫손 꼽히는 것이 소화기능입니다. 무섭도록 뚝뚝 떨어집니다. 이때 무는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천연 소화제로 탁월합니다.

겨울철에는 채소 섭취가 줄어들어 비타민 C가 부족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울철 가장 흔하게 비타민 C를 섭취하는 방법이 귤 먹기, 사과 먹기 정도입니다. 하지만 무에도 귤이나 사과에 버금가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고 합니다. 무를 많이 먹는다는 건 이뻐진다(개인적인 제 생각입니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면 삼한사온의 계절 겨울은 건조하고 거침없이 기온차가 변화해 감기에 잘 걸립니다. 이때 무를 먹으면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고 가래를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니 저렴하고 맛있는 무를 안 먹을 이유를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 곱게 화장하는 무_무생채 만들기 ]

저는 오늘 구입한 무로 생채를 만들어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무생채로만 먹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간단 씨는 고기를 좋아해 느끼함을 새콤달콤한 무생채가 잡아줘 쌈을 싸 먹는 재료로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방금 한 따끈따끈한 밥 위에 무심하게 턱 올려 비벼먹으면 이게 끝내 줍니다. 정말 둘이 먹다 하나 없어져도 모릅니다.


무요리 아니 화장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구입한 무는 필러로 껍질을 벗겨내 깨끗하게 세안을 합니다.

화장에서 세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고 계시죠. 무의 껍질을 벗길 때 채 벗기지 못한 뿌리 부분의 움푹한 곳까지 꼼꼼하게 씻겨주세요.

세안을 끝냈으니 기초 화장품을 바르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얼굴이 달덩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크다는 말입니다. 달덩이 같은 제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은 남들보다 곱절은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 사 온 무도 크기가 제법 큽니다. 그 말인 즉, 곱게곱게 채 써는 게 힘들고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때 반으로 잘라 쉽게 채 썰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니면 입에서 상스러운 말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기초화장을 꼼꼼하게 하셨다면 화장이 잘 먹도록 접착제 같은 베이스를 발라주겠습니다.

무생채에서는 소금과 설탕이 베이스 역할을 합니다. 무가 가지고 있는 많은 수분을 제거해야 음식을 만들어도 물이 생겨 지저분 해질 수 있는 걸 막고, 두고 먹어도 물이 덜 생깁니다.

소금과 설탕에 절여져 생긴 물은 꼭 짜 버립니다.

이제 파운데이션을 듬뿍 바르겠습니다.

기존에 있는 피부결을 확실히 톤 업 시키거나 톤 다운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태양초 아니 열풍기에서 말린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생기 없는 무의 피부 폰을 왕창 업 시켰습니다.

그리고 색조 화장은 한 듯 안 한 듯 살짝만 해야 합니다. 아니면 튀어 보입니다. 그래서 다진 마늘, 쏭쏭 썬 대파와 새콤달콤함을 업시켜 줄 매실청을 과하지 않게 넣었습니다

저는 참기름을 넣지 않습니다. 새콤달콤이 기름에 묻힐 수 있습니다.(솔직히 간단 씨가 안 좋아합니다.)

식초는 인위적으로 강한 신맛을 만드는 듯 해 매실청으로만 새콤달콤함을 표현합니다. 이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녁으로 수육을 만들어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무생채와 함께 먹으려고 했습니다.

아무거나 군이 오늘은 고기가 당기지 않는 날이라며 김치덮밥을 요구해 냉장고 속에 넣어 보관하겠습니다.

저는 만들며 간 본다는 핑계로 무진장 먹었습니다. 그러니 덜 아쉽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맛있습니다만 냉장고 속에서 찬 기운 가득 품고 내일 상 위에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녁은 느끼하지 않고 새콤달콤하면서 구수한 집밥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