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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넘어도 내면을 향한 분노가 일어납니다

내 안에는 두 개의 자아가 있습니다. 그 둘은 뇌 깊은 곳 의식이 닿지 않는 곳에 굳게 꽈리를 틀고 주인인 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수십 년 동안 저희들끼리 지침 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게으름과 위선 그리고 온갖 변병들로 무장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답을 찾아내는 지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충 사는 게 좋은 거라고 별것 없는 세상 재밌게 사는 게 최고라고 으르렁 거립니다. 그런데 다른 한놈이 가만히 있질 않습니다. 불나방처럼 설령 그러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문득 공부가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혼돈과 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려 온갖 책들을 읽으며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이 혼돈과 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이유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회사를 그만둘 때의 그 생각들은  다 어디로 숨어 버리고 지금은 정 반대의 생각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앎이 부족해서 일까요. 얼마나 더 공부하고 얼마나 더 알아내야 할까요. 


공자 왈, '오십이면 지천명'이고 '육십이면 이순'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두 개의 나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어느 것이 참 나인지,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 맞긴 한 건지... 그런 자신을 향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산다는 것도 쉽지 않군요. 평생을 직장이라는 위계와 서열이 존재하는 곳에 살아서 일까요. 전화 한 통화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해외에 있는 한 공장의 법인장으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남들이 해내지 못한 일에 유독 열정이 솟아오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어떤 종류의 욕망이지 싶습니다. 이순의 나이가 지나서도 자신의 욕망을 누르지 못하면서 건방지게도 33편의 글을 쓰며 삶은 이래야 한다고 저래야 한다고 많을 글을 썼습니다. 부끄러워집니다. 


건강 때문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이제 조금 나아지니까 그때의 아픔과 감정들을 다 망각한 채 높은 곳에 다시 올라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날아오는 총알에 맞아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유롭고 평화롭지만 아무것도 아닌 삶을 무료하게 이어가는 삶이 저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참 어리석지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한 번의 퇴고도 없이 날 것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군데군데 거칠거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더라도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분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문득 거친 세상 한복판으로 던져진 모든 인간의 삶은 다 각자의 환경과 상황에 따른 번뇌가 있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넓은 이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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