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떻게 대표가 되었을까

결과와 우연이 삶에 미치는 영향

내 삶은 온통 아이러니하다. 대표가 되기 불과 1년 전 까지만 해도 아내가 먼저 떠난 슬픔에 나는 우울증과 절망감, 그리고 무기력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았고 벼랑 끝에서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나는 분명 뛰어내렸으나 어느새 날아가고 있었다. 문득 현재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 보았다.


현재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결과와 우연에 대하여


<사람의 현재는 결과적인 것들과 우연적인 것들이 시간의 축적과 더불어 모이고 뒤섞여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미래도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결과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며 좋은 결과가 자신에게 좋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사람으로 하여금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은 하지 않게 하고,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하게 한다.


우연은 어느 날 문득 마주하게 되는 것들로 대체로 놀랄만한 것들이 더 많고 그 크기와 강도가 결과보다 훨씬 크다. 우연엔 '운'의 뜻이 있고 운에는 행운과 불운이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행운보다는 불운을 만나는 일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하나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뭔가를 계획하고 자신을 통제하고 노력하지만 막상 과실이 열려도 자신의 삶이 확 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하나의 결과로는 애쓰고 노력한 것에 비해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주사위2.jpg 우연(픽사베이)


반면에 우연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고 단 한 번의 우연으로도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삶에서 가장 엄청난 일들은 대부분 우연히 일어난다. 자연 진화로 생겨난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체의 탄생은 실로 엄청난 일이므로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우연히 생겨난 것은 엄청난 우연인 것이다.


삶은 계획하거나 미리 설계한 것의 인과성으로의 결과보다는 우연의 지배를 훨씬 더 많이 받는 듯하다. 좋은 운은 대체로 'A' 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했를 때 'B' 라는 곳에서 우연히 찾아 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8억 년 전 원시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난 이래 진화를 거듭하며 원시 조상들이 뇌들 만들어 생각을 생각하게 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주었지만 우주엔 인간이 볼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더 많고 볼 수 없는 것들에 의해 세상은 돌아가는데 그걸 퉁 쳐서 자연의 섭리라 부른다.


섭리의 눈.jpg 섭리의 눈(픽사베이)


자연의 섭리를 다 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 온전한 이해를 했다는 것이고, 우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 돈에 대해서든 명예에 대해서든, 해 낼 수 있는 일의 크기에 대해서든. 죽는다는 것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는 60조 개의 세포가 동시에 소멸한다는 것 이외엔 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다.


그러니 삶이 즐거우면 그뿐이다. 의미가 필요하면 의미를 찾아야 하지만 집착으로 변하면 버려야 한다. 의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영웅의 삶이건 이름 없이 살다 간 농부의 삶이건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내가 대표가 된 것도 우연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다 포기하고 내려놓아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능력도 없는데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말재주가 별로 없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였다. 사주명리학적으로 나는 누군가 같이 있을 땐 나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질을 타고 태어났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지만 난 일정 부분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다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면 에너지가 충전되지만 어떤 사람은 책보다는 운동을 해야 에너지가 충전된다.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관계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있는가 하는 것이며, 자신의 철학이 없다면 사회적 부를 쌓아 성공했다 한들 어느 순간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생명체의 삶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관계에 연연하지 않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면서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


소크라테스의 죽음.png 소크라테스의 죽음(픽사베이)


말재주가 없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였지만 나는 대표가 된 후 최고의 성과를 내었다. 처음 대표로 부임했을 때 구성원들은 서로 반목하며 대립하였고 서로 간에 형성된 불신으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했으며 새로운 일이라도 하나 생기면 서로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방어벽을 쳤다.


나는 이전 계열사에 있을 때도 현장직 직원들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과 개별적인 대화를 하면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집중했다. 심지어 계약직 말단 사원들과도 진솔한 대화를 했다. 이것은 나의 타고난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평상시 업무 방식이기도 하다.


필요한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사원이나 대리라 하더라도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서로 이해와 공감에 다다를 때까지 끝까지 소통을 했다. 나는 조직 내의 마이너리티(소수 약자)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하는 스타일인데, 왜냐하면 그들이 가장 관심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는 회사를 단 기간에 안정화시키고 신뢰관계를 형성시켰으며, 그래서 구성원들의 삶은 전보다 나아졌다. 나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이고 불만족하거나 개선해야 할 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현재의 업무에서 성과를 올리는 것은 물론 회사가 지속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함으로써 구성원들의 근무 안정성을 높여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직이란 살아 쉼 쉬는 유기체다. 생명이 있고, 숨 쉬고 기뻐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따라서 숨 쉴 수 있어야 하고 항상 맑은 공기를 불어넣어 줘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어야 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호수와 태양.jpg 자연(픽사베이)


나에게 있어 대표이사 또는 임원이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영향력이었다. 임원은 맡은 조직에서 구성원의 삶을 바꿀 수 있고 성공적인 삶으로 만들어 주거나 실패와 좌절의 삶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하직원에게 생각 없이 던지는 한마디, 관심 결여, 올바르지 못한 코칭 등은 좋은 사람과 잠재역량이 풍부한 사람조차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또한 딸린 식구들도 있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횡포를 부리는 팀장이 없도록 해야 하고 성과 평가가 항상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무엇 보다 중요하다.


구성원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가지고 진정한 소통을 하여야 하며(우리 사회엔 가짜 소통이 너무 많다) 그들의 개인적 삶까지 돌봐줄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긍정적이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그들도 나도 계획하지도 원하지도 않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세상에 나와 온갖 고통을 겪으며 길지만 아주 짧은 세월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먼지처럼 사라지는 가련한 존재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keyword
이전 01화1. 나는 대표이사 자리를 스스로 내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