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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Jun 05. 2024

내 검둥이를 내놓으란 말이에요-<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6번.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총살할 것이다." 라고 작가가 경고하듯,  이 작품은 구성면에 있어서 면밀하게 짜여진 플롯은 아닙니다.  백인 소년과 흑인 노예가 뗏목을 타고 여행하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이, 구전 민담처럼 에피소드식으로 느슨하게 펼쳐집니다.  어느 가정집 다락방에서 100여 년 만에 우연히 발견된 친필 원고를 바탕으로 복원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  '나'의 시선 >> -  주인공 헉 핀은 과부댁에서 적응해 가던 중, 돈을 빼앗으려는 아버지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유괴를 당하게 되고 탈출해 잭슨 섬으로 숨어듭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도망쳐  나온 흑인 노예 짐을 만나,  둘은  뗏목을 타고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나에 대해 잘 모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 책을 쓴 사람은 마크 트웨인이라는 사람인데 대체로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좀 뻥튀겨 말한 대목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진실을 적고 있는 셈이지요. 











 *  짐은 꼭 찿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케이로를 발견한 순간부터 자기는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며,  만일 놓치고 말면 또다시 노예의 땅으로 돌아가 다시는 자유의 몸이 될 기회가 영영 없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   자유주에 이르러 제일 먼저 할 일은,  일전 한푼 쓰지 않고 돈을 모을 것이고 충분히 모아지면,   (···)농장에 팔려간 자기 마누라를 다시 사고,  그러고 나서 자기 부부 둘이서 열심히 일을 하여 아들 둘을 되살 것이며, 만일 주인이 팔지 않는다면 노예 폐지론자에게 부탁하여 애들을 훔치게 할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  뗏목 생활이란 여간 멋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러러보면 온통 별이 사방에서 반짝이는 하늘이 있고,  우리들은 벌렁 드러누워 별들을 쳐다보며 누가 별을 만들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저절로 생긴 것일까 하고 토론을 벌이곤 했지요.  짐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고,  나는 저절로 생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렇게 많은 별을 만들자면 아마 여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짐은 달이 별을 낳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꽤 일리 있는 말처럼 생각되었기에 나는 그 말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개구리가 무섭게 많은 알을 낳는 것을 본 일이 있으므로 물론 달도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  새벽녘에 눈을 떠보니 짐은 거기 그대로 앉아서 머리를 무릎 사이에다 박고는 혼자서 신음소리를 내며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와 자식 생각을 하고는 상심하여 향수병에 걸려 있는 겁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집을 떠나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자기 가족을 생각하는 심정은 흑인이나 백인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같이 보이지 않지만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요. 


  *  짐이 어차피 노예가 될 바에야 가족들이 있는 고향에서 노예 노릇을 하는 편이 짐에게도 몇천 배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그 생각을 곧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즉 왓츤 아줌마는 자기 곁을 떠난 괘씸하고 배은망덕한 짐의 짓에 화를 내고 진절머리가 나서 짐을 강 하류 지방으로 또다시 팔아치울지도 모릅니다.  설령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검둥이를 업신여길 것이니 짐은 늘 그것을 느끼고 자신이 천하고 부끄러운 인물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될 겁니다.  나는 또 어떻구요!  헉 핀이 검둥이가 도망치는 걸 도와주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좍 퍼질 테니.  


  *  내 양심은 나를 괴롭히고,  점점 더 내가 나쁘고 비열하며 야비한 놈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입으로는 옳은 일, 깨끗한 일을 하겠다고, 그 검둥이 주인에게 검둥이가 있는 곳을 편지로 알려주겠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  "팔아버렸다구요?"  하고 말하고는 나는 그만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글쎄,  그건 내 검둥이고 그 돈은 내 것이란 말이예요. 짐은 어딨어요?  내 검둥이를 어서 내놓으란  말이에요."  


  *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을 탓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 독살해 버리고 말 겁니다.  양심이란 인간의 내장 모두가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겁니다. 


  *  그날 밤 모든 집안 식구들이 잠들어 버린 것을 알자 우리들은 피뢰침을 타고 내려와 오두막에 잇대어 지은 헛간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는 도깨비불을 한 덩어리 수북이 꺼내놓고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톰의 말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짐의 침대 뒤쪽에 있으며, 바로 그 밑을 파내려갈 것이고, 다 끝난 다음에도 오두막 안에서도 거기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짐의 이불이 땅에 닿을 만큼 늘어져 있으니 그 구멍을 보려면 이불을 쳐들고 그 아래를 들여다 봐야만 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들은 칼집에 든 칼로 거의 한밤중이 될 때까지 열심히 팠지요. 











  *  사람들이 우우 하고 돌진해 오더니 땅 땅 땅!   하고 총을 쏘아댔고,  총알은 우리 주위를 슛 슛 슛!  하며 날아갔습니다!   (···)우리들은 또다시 강 상류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였고,   (···)뗏목에 올라타서 내가 이렇게 말했지요.  "자, 짐. 짐은 이제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됐어. 이젠 다시는 일생 동안 노예가 될 일은 없을 거야."


  *  우리들은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일 기쁜 것은 톰이었는데,  그것은 장딴지에 총을 맞았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톰에게 의사를 부르러 갔다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짐은 의사가 오는 것이 보이거든 숲속에 숨어 있다가 의사가 떠나갈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  사람들은 몹시도 흥분해 있었고,  그 중 몇 사람은 동네 검둥이들에게 본때를 보이도록 짐을 목매달아 죽이자고 야단이었지요.  (···)짐에게 몹시 욕설을 퍼부었고, 가끔 짐의 따귀를 후려갈겼지만 짐은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을뿐더러,  또 나를 아는 내색을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짐을 예의 같은 오두막으로 끌고 들어가 짐이 입고 있던 옷을 다시 입히고, 또다시 쇠사슬로 결박하여 이번에는 침대 다리가 아니라 밑바닥 통나무에 박은 커다란 고리못에다 붙잡아 매어놓았지요. 









 *  노인 의사가 나타나 주위를 돌아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학대하지는 마시오.  이 검둥이는 나쁜 녀석이 아니니까요.  내가 그애 있는 데로 가보니까 누구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총알을 빼낼 수가 없었단 말입니다.  (···)이 녀석은 자신의 자유가 위태롭게 되는 것마저 아랑곳하지 않았고, 몸이 기진맥진이 되도록 나를 도와주었단 말입니다."


   *  톰은 벌떡 침대에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러고는 나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서 빨리 가!  일 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주란 말이야!  짐은 이제 노예가 아니야.  이 지상을 걸어다니는 어느 생물 못지 않게 자유의 몸이란 말이야!"


  *  우리들은 곧 짐의 쇠사슬을 풀어주었고,  짐이 의사를 잘 도와서 톰을 간호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폴리 아줌마도, 샐리 아줌마도,  사일러스 아저씨도 꽤나 야단법석을 떨며 짐에게 멋진 옷을 입히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도록 갖다 주고,  일을 시키지 않고 즐겁게 놀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참을성 있게 우리들을 위해서 죄수 노릇을 해주었고 그 역을 그렇게 잘 해준 대가로 톰은 짐에게 무려 40달러를 주었습니다.  











<<  짐의 말  >> -  성실한 흑인 노예입니다.  자신이 팔백 달러에 팔리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도망을 칩니다.  그러나 헉 핀이 사라진 날과 겹치는 바람에 살인자로 현상금이 붙게 됩니다. 


  *  생각해 보면 지금도 난 부자이제.  난 내 몸뚱아리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인데, 능히 팔백 달러는 받을  수 있으니께.   그 돈이 지금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구먼. 


  *  한데 톰 도련님,  나한테는 문장 같은 것이 없잖어유.  여기 있는 이 헌 셔츠밖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당께유.  


  *  만일 톰 도련님이 자유의 몸이 되고,  우리 중 하나가 총에 맞았다면 톰 도련님이  '나를 살려 줘. 이 애를 살릴 의사 같은 건 필요없어.'  하고 말할 수 있겠느냐 말이여?  그게 톰 소여 도련님이겠느냐 말이냥께?  그가 그렇게 말할까?  천만의 말씀,  그럴 리가 없당께!  그렇다면 이 짐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난 의사 없이는 여기서 한 걸음도 내딛지 않을거랑께.  설령 사십 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말이제!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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