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14번.
노스트로모는 '우리의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가상의 항구 도시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은괴를 운반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정치적 위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난해하다는 악명이 높은 소설이지만,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다른 어떤 소설보다 내가 썼으면 하고 바랐던 작품"이라고 극찬합니다.
<< 작가의 시선 >> - 부둣가 선원의 십장인 노스트로모는 부나 권력보다는 찬사와 명성을 위해 무모한 도전을 계속합니다. 어느 날 집권당에 반발한 쿠테타로 인해 산토메 은광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은괴를 숨겨야 하는 위업을 맡게 되고, 거룻배에 은괴를 싣고 목숨을 건 항해를 떠납니다.
* 눈부시게 반짝이는 수평선에 푸른 안개 조각 같은 것이 홀로 가볍게 떠 있다. 그것은 아수에라반도로, 수직으로 깎아지른 협곡에 의해 잘라진 날카로운 바위가 암반 위에 나뒹구는 황량한 곳이다. (···)인근에 사는 평민들, 농장의 날품팔이 일꾼과 해안의 평원에서 소 치는 목동, (···)온순한 인디언들은 아수에라반도의 평평한 암반을 갈라놓은 깊은 절벽의 컴컴한 곳에, 빛나는 금덩어리가 쌓여 있다고 알고 있었다.
* 폭도들이 건물 앞에서 게거품을 물고 고함을 질러 대는 동안 (···)이번에도 노스트로모가, 천 명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이 대장부가, 거룻배 사공들의 선두에 서서 폭도들이 방파제로 몰려들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 산토메의 은괴를 O.S.N. 회사의 우편선에 실어 샌프란시스코로 운송하도록 처음 위탁받았을 때, 이 사건은 미첼 선장에게는 '새 시대의 기원'이나 다름없었다. 은괴를 운반하기 편리하게 꼬아 만든 손잡이가 달린 뻣뻣한 소가죽 상자는 두 남자가 쉽게 들어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작았고, 광산의 야경꾼들이 두 사람씩 짝지어 들고 산기슭까지 1킬로미터쯤의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왔다. 평지에 이르면 은괴는 한 줄로 늘어선 이륜 짐마차에 실렸다.
* "사람들이 칭찬을 해 대면서 널 우쭐하게 만들었어." 병든 여자가 헐떡이며 말했다. "네게 빈말로 보상을 했지. 네 어리석음에 속아서 너는 가난하고 비참하고 굶주리게 될 거야." (···)노스트로모는 깜짝 놀라서 벙어리가 된 듯이 잠시 서 있었다.
*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기선을 잡아야 해요." (···)노스트로모가 말을 이었다. "나는 이 일에 항의도 하지 않았어요. 일분일초가 소중했어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듣자마자, 결사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걸 해내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일분일초가 소중했어요. (···)벌써 이 저주받은 은괴가 내 등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었고."
* 죽음 같은 정적이 거룻배를 에워쌌다. (···)드쿠는 섬에 남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섬에 도착하자마자 미첼 선장이 선견지명으로 거룻배에 실어 준 음식을 노스트로모에게 받아서, 보이지 않도록 덤불 사이에 끌어 올린 작은 보트에 임시로 넣어 두었다. 그 보트는 그와 함께 남을 것이다. 이 섬은 감옥이 아니라 은신처가 될 것이다.
* 무릎까지 물이 차는 뱃전에 서서 노스트로모는 배의 바닥짐을 실을 때 사용하도록 어느 거룻배에나 구비된 삽 두 개 중 하나를 드쿠에게 넘겨주었다. 주위가 보일 만큼 빛이 드는 대로 드쿠가 조심스럽게 삽질을 하면 그들이 보물을 쌓아 둔 구덩이 위로 흙과 돌이 자연스럽게 무너진 듯이 흩뜨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흙과 돌로 그 구덩이뿐 아니라 그들이 작업한 흔적과 발자국, 옮겨진 돌, 부러진 관목의 흔적까지도 모두 덮어야 한다.
* "누가 당신이나 보물을 찾으러 여기 오겠어요?"노스트로모가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여긴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 육지에 발을 붙일 수만 있다면 이 조그만 땅을 무엇 때문에 탐내겠어요! (···)시간은 보물 편이에요. 게다가 은은 부패하지 않는 금속이니 그 가치가 영원하다고 믿어도 되죠······."
* 노스트로모가 무거운 노를 한 번 밀어 완만한 해안에서 멀어지자, 드쿠는 꿈속의 사람처럼 해안에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했다. 인간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은 갑작스러운 욕망이 밀려왔다. 검은 물에 떠 있는 거룻배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 "협곡에 숨어 있어요. 하루나 이틀 밤 후에 돌아올게요." 부스럭거리며 스치는 소리는 노스트로모가 돛을 올리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 배가 가라앉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힘차게 첨벙 소리를 내며 멀리 뛰어들었다. 그는 곧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물에 젖은 삼각형의 검은 천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밑에서 잡아당기기라도 한 듯 갑자기 그 천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그는 뭍을 향해 힘차게 물을 가르고 나아갔다.
<< 마틴 드쿠의 말 >> - 역사의 흐름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방관자적 인물입니다. 우연히 노스트로모와 은괴를 옮기는 일을 떠맡게 되고, 결국 은괴와 함께 망망대해 협곡에 홀로 남게 됩니다.
* 저는 자만심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사랑에 너무 깊이 빠져서 달아날 수 없을 뿐입니다. 동시에 살고 싶습니다. 죽은 자는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
* 저는 노스트로모라 불리는 그 남자, 카파타스와 친해졌고, 바로 오늘 저녁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미첼 선장은 그를 놀라운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그의 체력과 대담함, 충직함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들었어요. 멋진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죠. 흠! 부패할 수 없는 사람? 실로 술라코 부두 노동자 감독에게는 명예로운 별명입니다. 부패할 수 없는 사람이라! 멋지지만 모호한 말이군요. 아무튼 그는 판단력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드쿠의 편지 >> - 노스트로모와 함께 은괴를 싣고 떠나기 전, 여동생에게 쓴 편지입니다.
* 내가 전에도 편지에 썼던 부두 노동자 감독이라는 이탈리아 선원이 대통령을 치욕적인 죽음에서 구해 냈단다. 이 사내는 뭔가 별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바로 그 현장에 나타나는 기막힌 재주가 있는 것 같아.
* 클럽의 큰 방에 모인 사람들은 적절한 응답을 궁리하느라 분주했지. 폭발한 탄약통과 부서진 유리, 핏자국, 촛대, 온갖 파편이 흩어져 있는 곳에서 말이야. 하지만 죄다 헛소리지. 시내에서 실제로 힘 있는 사람은 철도 기술자들과 노스트로모뿐이거든.
* 나는 달아나는 게 아니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야 하는 저 귀중한 은괴를 갖고 떠나는 거지. 평원에서는 에스메랄다의 반란군이 은을 차지하려고 모여들고 있어. 그들이 차지할 수 있도록 은이 여기 마련되어 있는 것은 우연일 뿐이야. 잘 알겠지만, 진짜 목표는 산토메 광산 그 자체거든. 광산만 없었다면 옥시덴탈주는 틀림없이 몇 주가 지나도록 방치됐을 거야. 승리군이 한가할 때 찾아와 천천히 손에 넣었겠지. 돈 카를로스 굴드는 조직체와 구성원을 갖춘 자기 광산을 구하기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
* 노스트로모의 소명은 은괴를 지키는 거란다. 은괴를 선박 회사의 가장 큰 거룻배에 실어서 만을 가로질러 코스타구아나 영토 너머 아수에라반도 건너편에 있는 작은 항구로 보낼 계획이야. 제일 먼저 북쪽으로 향하는 기선이 그곳에서 은괴를 적재하라는 명령을 받을 거야. 여기는 수면이 잔잔하기 때문에 우리는 에스메랄다 반란군이 도착하기 전에 캄캄한 만으로 몰래 빠져나갈 거란다. (···)그 일을 맡은 사람은 부패할 수 없는 부두 노동자 감독이지. 그리고 열정은 있지만 소명이 없는 나는, 그와 함께 갔다가 돌아올 거란다. 이 어릿광대극에서 내 역할을 끝까지 해내려고.
* 그 위대한 대의를 위한 대탈출에 나와 동행할 인간이 바로 이런 사람이란다. 약삭빠르기보다는 순진하고, 교활하기보다는 오만하고, 그를 부리는 사람들이 쓰는 돈보다 더 아낌없이 자기 능력을 베풀지. 감상이 아니라 자부심을 느끼며 그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인생의 가치를 일신의 명성에 두는 사람을 만난 건 희한한 일이야.
* 이 수첩이 네 손에 들어갈 때쯤이면 많은 일이 일어났겠지. 하지만 지금은 깜깜한 어둠에 묻힌 이 고요한 집에 떠도는 죽음의 날개 밑에서 시간이 잠시 정지되어 있단다.
<2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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