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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Aug 21. 2024

그의 사랑은 야심에 속하는 것이었다-<적과 흑1>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95번.

   







「적과 흑」이란 제목은 특별한 상징성이 있는 게  아니라,  우연히 떠오른 것으로 색깔 명칭을 자주 사용한 당시의 유행을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자쿠베는 주인공의 앞날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쥘리엥이 가정교사로 가기 전 들렀던 어두컴컴한 교회 안에서, 성수에 비친 진홍빛 커튼의 그림자를 보고 핏자국을 본 듯 전율하는 모습)이「적과 흑」이란 제목과 연결된다고 해석합니다.



 << 스탕달의 시선 >> -  목수의 아들 쥘리엥은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합니다.  드 레알 씨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 후, 상류층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충동적으로 드 레날 부인을 유혹합니다.  결국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소문으로 인해 신학교에 가게 됩니다. 


  *  쥘리엥은 책을 읽고 있었다.  늙은 소렐에게 그보다 심사가 뒤틀리는 일은 없었다.  형들과는 달리 육체노동에 적합하지 않은 쥘리엥의 호리호리한 몸매는 어쩌면 참아줄 수도 있겠으나,  그 책 읽는 버르장머리는 밉살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매를 맞아 피투성이가 되고 얼얼했지만 쥘리엥은 톱 옆의 제자리로 다가갔다.  그는 육체적인 아픔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잃은 것이 슬퍼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  쥘리엥은 사제 앞에서는 경건한 감정만을 나타내 보였다.  출세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골백번이고 죽음을 택하겠노라는 불굴의 결심이 그처럼  창백하고 부드러운 소녀 같은 얼굴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  쥘리엥이 너무나 잘 처신했기 때문에,  그가 도착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드 레날 씨까지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그를 숭배했으나 그는 아이들을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다른 데 있었던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든 그는 마음 쓰지 않았다.  냉정하고 올바르고 태연하며,  또한 그가 옴으로써 집 안의 권태가 어느 정도 일소되었기 때문에 사랑받는 그는 훌륭한 가정교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받아들여진 상류 사회에 대해 증오감과 혐오감밖에는 느끼지 않았다.  


  *  그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마음속 깊이 경멸했으며 또한 이 집의 다른 친구들이 그들의 면전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는 그들의 생각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알았다.  어떤 행동이 그에게 찬탄할 만한 것으로 보이면,  그 행동은 반드시 자기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것이었다.  짐승 같은 놈들!  병신 같은 놈들!  이것이 언제나 그의 마음속의 답이었다.  













*  돌은 무거우니까 떨어지는 것이다. 쥘리엥은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머물러 있을 것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돈 때문에 저자들에게 내 영혼을 파는 습관이 들었단 말인가?   (···)젊은 가정교사의 마음에 이런 감정이 떼 지어 밀어닥치는 동안 그의 변하기 쉬운 표정은 고통받는 자존심과 사나움의 빛을 띠고 있었다. 


  *  그는 거의 수직으로 뻗은 바위 비탈 가운데서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뛰어가서 그 은신처 속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기쁨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나는 자유롭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자유라는 그 거창한 말소리가 울리자 그의 마음은 흥분되었다.  그의 위선 때문에 푸케의 집에서조차도 그는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그 동굴 안에서 두 손에 머리를 기대고 갖가지 공상과 자유의 행복에 흥분한 쥘리엥은 그의 생애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  쥘리엥은 자기에게 맡겨진 손에 열정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어쨌든 드 레날 부인에게는 그것이 열정적인 키스로 보였다.  (···)어머나!  내가 사랑을 하다니!  그녀는 혼자 생각했다.  결혼한 여자인 내가 사랑에 빠지다니!  


  *  그녀는 정말로 화내며 쥘리엥을 멀리 떠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그의 품 안에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행복하다는 것,  사랑받는다는 것이 결국 이런 것에 불과한가?  자기 방에 들어서면서 쥘리엥의 머리에 떠오른 첫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오래 갈망하던 것을 막 획득하고 난 다음에 으레 그렇듯이,  그의 마음은 놀라움과 불안한 동요의 상태에 빠져 들었다.  그 마음의 상태란, 무엇을 갈망하는 데 습관이 들었다가 더 이상 갈망할 것을 찾지 못하게 되었으나 아직 추억에 잠기기는 이른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  불과 며칠 사이에 쥘리엥은 그 나이의 모든 열정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 들게 되었다.  부인은 확실히 천사처럼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   (···)내가 아직 아름다운 여자로 통할 수 있었던 십 년 전에 쥘리엥을 알았더라면!  그녀는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쥘리엥은 그런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의 사랑은 아직도 야심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기처럼 불행하고 경멸받는 가련한 존재가 그처럼 고귀하고 그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었다. 











 *  그는 진심으로 드 레날 부인을 사모했다.  부인이 귀족이고 내가 노동자의 자식이라 해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인은 진정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부인 곁에서 정부 역할을 하는 하인 격은 아닌 것이다.  일단 의심이 사라지자 쥘리엥은 사랑의 온갖 광기와 아울러 견딜 수 없는 불안에 빠졌다.


  *  혼자 쓸쓸히 지냈던 몇 주일간이 행복한 시기였다는 사실이 쥘리엥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그 쓸쓸한 집 안에서는 아무 방해 없이 읽고 쓰고 생각할 수 있지 않았던가?  천한 인간의 마음의 움직임을 살펴야 할 잔인한 필요성 때문에 순간순간 자신의 찬란한 꿈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좋았고,  더구나 위선적인 말과 행동으로 그 마음을 속일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  이처럼 인생을 허비하는 것은 하찮은 일이다.  나는 내 마음대로 엘리지 양과 결혼할 수 있고 푸케의 동업자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나 가파른 산을 기어오른 여행자만이 산꼭대기에 앉아 휴식하는 완전한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항상 쉬라고 강요당한다면 그것이 행복일 것인가? 












  *  321명의 신학생 중 나머지는 하루 종일 반복해 외는 라틴어 단어의 뜻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무리였다.  거의 모두가 농부의 자식으로,  그들은 땅을 파는 것보다는 라틴어 단어를 욈으로써  빵을 얻는 것을 좋아할 뿐이었다.  이렇게 관찰하고 난 쥘리엥은 처음부터 빠른 성공을 다짐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벌써  '자유사상가'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는 온갖 사소한 행동에서 그의 본성을 드러냈던 것이다.  동료들이 보기에 그는  '권위'와 모범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한다'는 엄청난 죄악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  나는 일생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신자들에게 천국의 한 자리를 팔게 되겠지.  어떻게 신자들에게 그 천국의 자리가 보이게 할 것인가?    (···)쥘리엥은 아직  '생각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눈을 움직이고 입을 오므리는 그의 방식은,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견디며 나아가 순교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암묵적인 신앙심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  처음에는 경멸감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던 쥘리엥은 마침내 동정심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그의 동료들의 아버지는 겨울 저녁에, 빵은 물론 밤 한 톨 감자 하나없는 그들의 초가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을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행복한 사람이란 우선 잘 먹는 사람이요,  다음으로는 좋은 옷을 입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게 뭐 놀라운 일이겠는가!  쥘리엥은 혼자서 이렇게 생각했다.  내 학우들은 확고한 천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성직자의 신분에서 잘 먹고 겨울에 따뜻한 옷을 입는다는 그 행복의 오랜 지속을 보는 것이니까.












  *  쥘리엥이 자신을 보잘것없고 어리석은 자로 보이게 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허사로, 그들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그는 그들과는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  그들의 웃는 소리를 들으며 쥘리엥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내  처지와는 다른 극단을 본 셈이구나!  나는 일 년에 20루이의 수입도 없는데,  한 시간에 20루이의 수입을 가진 사람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부자를 비웃고······.  그런 꼴을 보니 부러움도 다 사라져버리는걸. 


  *  일손을 멈추자마자 그는 견딜 수 없는 권태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상류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감탄할 만한 것이기는 하되 지위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예절의 무미건조한 결과였다.   (···)하루가 끝날 때면 그는 흔히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시골에서는 카페의 보이라도 자기 카페에 들어오다가 손님에게 무슨 사고가 생기면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법이다.  그리고 그 사고가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라도 하면,  카페 보이는 동정을 표하면서 귀찮은 말을 열 번이고 되풀이해 늘어놓는다.  그러나 파리에서는 숨어서  웃으려고 애를 쓴다.  파리에서는 누구나 영원히 낯선 사람인 것이다. 












<< 피라르 사제의 말 >> - 정직한 사제로 쥘리엥에게 가정교사 자리를 주선해주고,  신학교에서도 다른 신학생들과 섞이지 못하는 쥘리엥의 편에 서 주고, 교사 자리까지 알선해줍니다. 


  *  너에게는 천박한 인간의 기분을 거스르는 무언가가 있는 듯해. 시기와 중상이 너를 따라다닐 것이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네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네 동료들은 반드시 너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너를 좋아하는 척하더라도 그것은 더욱 확실하게 배반하기 위해서일 뿐일 거야.   


  *  행동이 순결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것만이 네게 주어진 유일한 구원의 방법이야. 불굴의 정신으로 진실에만 매달린다면 머지 않아 너의 적들도 당황하게 될 거야.


  *  이보게, 운명이란 말을 쓰면 못써.  언제나 섭리라고 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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