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연 Oct 08. 2024

충실한 약속이라! 참 아리송한 말이네요-<노생거 사원>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63번.











   제인 오스틴의 첫 장편 소설로  「오만과 편견」, 「설득」, 「이성과 감성」 등 타 작품들에 비해 세련된 형식미를 갖추지는  못한 반면, 거친 듯한 풋풋함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캐서린'은 이후 쓰여질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로 이어지는 여성 주인공들의 원형이 되어 줍니다.



 << 작가의 시선 >> -  시골 목사의 딸인 캐서린은 무도회에서 만난 헨리 틸니 씨에게 첫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헨리 또한 순수하면서도 진실한 캐서린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틸니 집안의 초대로 노생거 사원에 가게 된 캐서린은 틸니 아버지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그곳을 떠나게 됩니다. 


  *  "캐서린의 얼굴이 점점  피고 있어.  오늘은 거의 예쁘기까지 한걸."  하는 말들이 가끔씩 그녀의 귀에  들렸다.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지!  거의 예쁘기까지 하다는 말이 십오 년 인생을 못생긴 모습으로 살아온 여자아이에게 준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는 요람에서부터 예뻤던  아이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  그를 지켜본다거나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녀는 부채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런 군중 속에서  틸니 남매하고 만나리라 기대하다니 자기도 참 바보라고 자책하는 찰나, 불현듯 장본인인 틸니 씨가 말을 건네며 다시 춤을 신청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렸다는 듯이 그 신청을 수락했는지,  얼마나 뛰는 가슴으로 그와 함께 춤을 추러 나섰는지 쉽게 상상이 될 터이다.  정말 존 소프를 가까스로 피하고 나자 홀연 틸니 씨가 나타나 춤을 신청하다니,  마치 일부러 찾아다니기나 한 것처럼 말이다!  인생에서 이런 큰 행복이 또 올까 싶은 기분이었다. 


  *  존 소프가 뒤에서 끼어들었다.   (···)"이런 점은 인정하실 겁니다.  춤이나 결혼이나 선택권은 남자에게 있고,  여자에겐 거절권만 있어요.  춤이나 결혼이나 남자와 여자가 쌍방의 이익을 위해 맺은 약속이지요.  또 일단 맺어지면 깨질 때까지는 서로에게만 속하고요. 두 사람은 각기 상대방이 한눈을 팔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더 완벽하지 않울꺼,  다른 누구하고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지 못하게 막는 것이 최상의 이익이지요."
















  *  이저벨라는 다른 수법을 썼다.  그녀는 캐서린이 안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틸니 양에게 가장 친하고 오래된 친구들보다 더 많은 애정을 준다고 비난했다.   (···)"너와의 우정이 낯선 사람들에게 밀려나는 걸 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틸니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모든 걸  삼켜 버리는 것  같아."  캐서린은 이 비난 역시 이상하고 몰인정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라고 해서 남이 다 알도록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것인가?  그녀의 눈에는 이저벨라가  자신의 만족 외에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는 옹졸하고 이기적인 여자로 보였다. 


  *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캐서린은 친구를 면밀히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관찰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서 틸니 대위의 관심을 그대로 수용하고 거의 제임스에게 하는 정도로 받아 주고 미소를 뿌리는 것을 보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변화가 너무 두드러져서 그냥 넘길 수가 없엇다. 이런  지조 없는 처신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친구가 대체 어쩌자고 저러는지 캐서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캐서린은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제임스였다.  그녀는 오빠가 심각해지고 불편해하는 것을 보았다.














 *  "아가씨가 우리를 방문할 영광을 주시면,  우리는 말할 수 없이 기쁠 거요.   (···)아시다시피 우리의 생활  양식이 소박하고 꾸밈이 없으니.  그렇지만 우리로서도 있는 대로 신경은 다 써 볼 생각이오.  노생거 사원이 아주 불유쾌한 곳이 되지 않도록 말이오!"   노생거 사원!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이 단어는 캐서린의 감정을 최고의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이렇게 기분 좋은 말로 초대를 받다니!  이렇듯 간곡하게 청하다니!  모든 영예와 위안이,  모든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희망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  그녀는 틸니 양에게 부지런히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속에서 온갖 생각이 들끓다 보니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도 전보다 확연히 알게 된 것은 없는 느낌이었다.  즉 노생거는 종교 개혁 시기에 기금이 풍부한 사원이었다는 것,  나머지는 무너졌지만 고대 건물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현재의 거주지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계곡 아래쪽에 서 있으며 북동쪽으로 울창한 참나무 숲이 둘러싸여 있다는 것 정도였다. 












*  비로소 여기가 어딘지 실감이 났다.  사원이었다!  그렇다,  정말로 사원에 있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그러나 방  안을 둘러보자 그 사실을 깨닫게 하는 물건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의아했다.  (···)폭풍우가 오래된 건물의 모퉁이를 미친 듯이 휩쓰고 지나고 느닷없이 노호하며 멀리 있는 문을 쾅 닫아 버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녀는 자기가 진짜로 사원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그가 말했다.  (···) "충실한 약속이라!······   그것 참 아리송한 말이네요. 충실한 실행이라는 말은 들어 봤습니다만.  그러나  충실한 약속······  약속의 성실성이라니!   그렇지만 굳이 알아 둘 가치가 있는 능력은 아니네요.  당신을 속여서 고통을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환상은 이제  끝났다.  캐서린은 완전히 꿈에서 깨어났다.  (···)소설의 공포가 끝나자 곧 일상생활의 긴장이 뒤를 잇기 시작했다.  이저벨라한테서 소식을 듣고 싶은 마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커져 갔다.   (···)이저벨라가 구하고자 했던 그물 무늬 자수용 무명천은 찾았는지,  그리고 제임스 오빠와는 여전히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  <그녀는 영원히 나를 비참하게 했어! 얼른 네 소식을 듣고 싶구나,  사랑하는 캐서린   (···)노생거 방문은 틸니 대위가 약혼 사실을 공표하기 전에 끝내는 게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불편한 입장이 될 테니까.   (···)지금까지도 그녀가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어.  틸니를 손에 넣자고 나를 가지고 놀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말이야>   (···)그녀의 오빠는 너무도 불행했고  이저벨라를 잃은 그녀 역시 많이 괴로웠다.  


  *  이제 이곳에서 신나고 즐거울 일이 무엇이겠는가?  숲과 관목 숲은 이제 지겨웠다.  언제나 매끈하고 말라 있어서  별 재미가 없었다.  저택 자체도 이제는 여느 집하고 다르지 않았다.  이 건물을 생각하면 공상을 키워 나간 결과 저지른 어리석은 짓에 대한 아픈 기억만 떠올랐다.  그녀의 생각에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그녀의 상상력에 살기 편하고 마을과도 어울리는 소박한 목사관보다 더 매력적인 곳은 없었다. 














  *  캐서린은 너무 비참해서 두려워할 겨를도 없었다.  여행  그 자체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녀는 긴 여행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혼자라는 외로움도 느끼지 못한 채 여행을 시작했다.  마차 한구석에 등을 기대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노생거 사원의 성벽을 넘어서 수마일을 실려 가고 나서야 그녀는 머리를 들었다.   (···)그녀는 헨리 틸니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도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자기를 잊어버릴 수도 있을 터.  


  *   캐서린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에 잠겨 입 한번 제대로 떼지 못했다.   (···)그녀는 이번 청혼에서 장군이 어느 정도까지 반대했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  이틀 전 우드스톤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는 사원 근처에서 잔뜩 성질이  난 장군을 만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몰런드 양이 떠난 사실을 노한 어조로 서둘러 전하고 더  이상 생각도 말라고 명했다.  이런 소리를 허가 삼아 그는 그녀에게 청혼의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페이지생략>


                                  




















































































































 
















































저작자 명시 필수 영리적 사용 불가 내용 변경 불가




                                                     공감107


 댓글 




카페 보내기Keep 보내기메모 보내기기타 보내기 펼치기





수정


삭제


설정



















이 블로그 전체카테고리 글

전체글 보기



글 목록                                                      

                              글 제목                              작성일                            





(22)

300 <이상 소설 전집>이상 - 인생은 결코 실험이 아니다. 실행이다(책속 글귀)




2024. 8. 6.






(6)

240 <키메라>존 바스 - 문학 전체가 그렇죠. 일련의 글자들과 빈 공간들이 늘어선 일종의 암호 같은 것(책속 글귀)




2024. 8. 4.






(6)

363 <노생거 사원>제인 오스틴 - 충실한 약속이라······ 그것 참 아리송한 말이네요(책속 글귀)




2024. 8. 3.






(9)

2024년 7월 독서결산. 여행다니며 읽었습니다.




2024. 7. 31.






(12)

308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앨런 포 -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넣고 발라 버리는 방법이었다(책속 글귀)




2024. 7. 28.







페이지 이동하기이전페이지로 이동다음페이지로 이동




화면 최상단으로 이동


















책퍼니

ljhbeauty777


블로그 도메인 설정



보석 같은 글귀로 세상의 모든 책을 만나는 공간입니다. 브런치 작가입니다. ljhbeauty777@naver.com  


프로필



글쓰기


관리

·

통계






카테고리


^





전체보기 

(395)





책 속 글귀 (307)






국내-소설 (23)





국내-수필 (2)





국외 (9)





세계문학전집 (186)





노벨문학상작가 (1)






글귀로 서평 (11)






글귀로 명상 (34)






글로 담아낸 일상 (43)










검색

글 검색



RSS 2.0RSS 1.0ATOM 0.3



서재안에 글 313서재안에 글 관리

















다음 목록1/79

전체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