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 2024년 수상자 한강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붉은 닻」을 시작으로, 「아기부처」, 「바람이 분다」, 「작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등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작 「채식주의자」는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욕타임즈와 가디언지 등 주류 언론사와 출판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온 한강 작가에 대해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힙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영혜는 꿈을 꾸고 난 후부터 냉장고의 고기들을 모두 버리고 채식주의자가 됩니다. 영혜는 어린 시절 자신을 물었던 개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묶은 채 달리게 해서 죽이던 모습을 지켜봤다는 죄의식과, 자신에게 가해지던 아버지의 폭력을 기억합니다.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자신을 채근하고 두렵게 하던 남편과도 몸에서 고기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잠자리를 거부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뺨을 때려가며 영혜의 입을 강제로 벌려 음식을 먹이려 합니다. 이를 온몸으로 거부하던 영혜는 칼로 손목을 그어버립니다. 퇴원 날 영혜의 남편은 이빨로 뜯긴 채 피투성이가 된 작은 새 한마리가 영혜의 손아귀에 있는 걸 발견합니다.
영혜의 형부는 영혜의 엉덩이에 파란 몽고반점이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처제에 대한 관심에 휩싸입니다. 모델이 되어달라고 한 후 그녀의 몸에 꽃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몸에도 꽃을 그려넣습니다. 그런다음 그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가며 황홀한 섹스를 합니다. 영혜의 언니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날로 피폐해져가는 영혜를 지키려 애씁니다. 그러나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된 영혜는 햇빛 좋은 날 환자복 단추를 풀고 가슴을 드러내고, 고기반찬이 나올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수시로 물구나무를 서는 기이한 행동들을 이어가며 죽음을 향해 나가갑니다.
내 입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먹었거든.
(···)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며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채식주의자 page 18~9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채식주의자 page 43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채식주의자 page 61
그는 이번에는 노랑과 흰빛으로
그녀의 쇄골부터 가슴까지 커다란 꽃송이를 그렸다.
등 쪽이 밤의 꽃들이었다면, 가슴 쪽은 찬란한 한낮의 꽃들이었다.
주황색 원추리는 오목한 배에 피어났고,
허벅지로는 크고작은 황금빛 꽃잎들이 분분히 떨어져내렸다.
(···)
그녀의 몽고반점 위로 그의 붉은 꽃이 닫혔다 열리는 동작이 반복되었고,
그의 성기는 거대한 꽃술처럼 그녀의 몸속을 드나들었다.
그는 전율했다.
가장 추악하며,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의 끔찍한 경험이었다.
채식주의자 page107, 140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채식주의자 page 179~180
나는 이제 동물이 아니야.
(···)
이제 곧, 말도 생각도 모두 사라질 거야. 금방이야.
채식주의자 page 187
어쩌면 꿈인지 몰라.
(···)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
채식주의자 page221
이 소설은 세 사람의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채식주의자' 는, 채식주의자로 변해 빼빼 말라가는 아내를 지켜보는 영혜 남편의 냉정한 시선입니다. 두 번째 '몽고반점'은,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는 처제와 예술적인 섹스를 해내고야 마는 영혜 형부의 정열(?)적인 시선입니다. 세 번째 '나무 불꽃'은, 육체적 ·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동생을 지켜내려 애쓰는 영혜 언니의 따뜻한 시선입니다. 이들의 시선은 영혜를 중심으로 탄탄한 하나의 이야기로 응집됩니다.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게 된 계기는 트라우마의 일환으로 나타난 꿈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품 속 '정상적' 인물들은 정상성을 벗어난 영혜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는건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그들 스스로 감추었거나 잊고 있었던 자신들의 트라우마와도 맞닥뜨리게 됩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먹는 것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리다, 자기파괴를 선택하고야 마는 영혜를 우리는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편의에 의해 영혜에게 붙여준 '채식주의자'라는 단어는,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화두(話頭)로 다가옵니다.
<포스팅은 2007년 창비 출판본입니다>
채식주의자저자한강출판창비발매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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