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왜 하늘을 날고 싶었나?-<집으로 날아가다>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46번.

by 이태연














흑인 작가인 앨리슨은 자신의 소설이 예술적 차원에서 백인 작가의 작품과 대등하기를 원합니다. 수록된 단편들은 인종적 불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저항, 고발이라는 흑인 문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흑인 문화의 정체성과 보편적인 예술성의 조화를 제시해줍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랠프 엘리슨의 단편들은 체호프의 단순한 우아함을 계승하고 있다."라고 극찬합니다.



【 집으로 날아가다 】 - 흑인인 토드는 어렵게 비행기 조종사가 되지만, 백인 세계에도 흑인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어느 날 가파른 비행으로 너무 높이 올라가게 된 토드는 추락해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이카로스 신화를 재해석해 흑인의 정체성을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 토드는 의식이 돌아왔을 때 자기 위에 두 사람의 얼굴이 있는 것을 보았다. 태양이 너무 뜨겁고 눈이 부셔서 그들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백인의 손이 몸에 닿는 것 같은 오래된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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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그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경직된 자세로 누워 있었다. (···)들쭉날쭉한 장면들이 빠르게 그의 마음속으로 지나갔다. 나선식으로 하강하는 비행기를 조종하여 착륙하고 조종석에서 내려와 똑바로 서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대한 침묵 속에서처럼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었다.


* 그는 여자 친구의 마지막 편지를 고통스럽게 떠올렸다. (···)'토드, 당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용감하거나 능숙하다는 것을 거듭해 증명하려고 하지 마. 그들이 그것을 강조하는 것은 당신이나 다른 흑인들이 경쟁하지 못하게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주지 않기 위해서야."


* "그런데 자네는 왜 하늘을 날고 싶었나?"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그것이 당신과 나를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죠.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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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환희에 차 가파르게 올라갔다. 너무 가파르게 올라간 것 같았다. 맨 처음 배우는 규칙 중 하나가 추력(推力)의 각이 너무 가파르면 비행기가 강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것에서 빠져나와 내려오기 전에 대머리수리 때문에 돌연한 공포에 빠졌다. 빌어먹을 대머리수리 같으니!


* 나는 비행기를 처음 보았을 때 아주 어렸다. (···)날아가는 새가 날아오르는 비행기라고 생각했다. 일 년이 걸리더라도 비행기를 다시 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꿈속에서 계속 비행기를 보았다. 비행기는 나의 손가락 바로 위로 날아갔다. 너무 천천히 날아가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을 잡으려고 할 때마다 놓쳤다. 꿈을 꿀 때마다 할머니가 경고하는 소리를 들었다. "얘야, 얘야 하느님과 씨름하기에는 네 팔이 너무 짧은 거야."


* 토드는 그 남자가 분노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았다. (···)"검둥이가 높이 올라가면 미쳐 버린다는 것을 자네들도 알잖아. 검둥이의 뇌는 높은 고도를 감당하지 못하게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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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의 파티 】 - 삼촌 집에 놀러 왔던 소년이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하는 흑인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당시 흑인들이 처했던 현실을 백인 소년의 시각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 한 남자가 엽총 총열로 검둥이의 바지를 찔렀다. (···)그곳은 법원 청사 바로 앞이었다. 시계탑의 낡은 시계가 12시를 알리는 종을 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며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내리면서 얼어붙었다. 모두가 추워했다. 검둥이는 떨지 않으려고 팔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 그들은 휘발유를 더 부었다. 그러자 불을 켤 때나 붉은 해가 떨어질 때처럼 광장이 환해졌다. (···)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검둥이의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검은 피가 검은 피부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몸 전체가 빨갰다. 그는 뜨거운 스토브 위의 닭처럼 양발을 번갈아 가며 들어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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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둥이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눈을 감고 신음하면서 번갈아 가며 양발을 위아래로 버둥거리고 있었다. 나는 통나무에 붙은 불길이 검둥이의 발에 점점 더 가까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나는 돌아섰다. 군중이 다시 검둥이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가 불길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누군가가 소리쳤다. "검둥이 놈아, 이제는 춥지 않지? 이제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을 필요 없겠다." (···)그의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가 너무 심하게 발길질을 하는 통에 타고 있던 연단이 무너지고, 그가 나의 발밑으로 굴러왔다. 나는 그에게 닿지 않도록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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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것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바비큐를 먹을 때마다 그 검둥이를 떠올릴 것이다. 그의 등은 바비큐를 한 돼지 같았다. 그의 등뼈에서 시작해 아래로 구부러지는 갈비뼈의 형태가 보였다. 검둥이의 등은 가관이었다. 그는 바로 나의 발밑에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미는 바람에 하마터면 그를 밟을 뻔했다. 그는 아직 타고 있었다.


* 그가 타서 재가 되었다는 것을 내가 안 것은 일주일 후 제드를 만났을 때였다. 제드는 웃으면서 검둥이 살갗 일부가 아직도 붙어 있는 흰 손가락뼈들을 내게 보여줬다. (···)에드 삼촌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다른 검둥이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해 검둥이들을 쌍으로 죽인다. (···)지독한 밤이었다. 지독한 파티이기도 했다. 나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거기에 있었다. 그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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