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니?-<여인의 초상2>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97번.

by 이태연














「여인의 초상」은 미학적 정지 상태에 머물지 않고 생동하는 인간에 대한 초상을 의미합니다. 주인공 이사벨은 고정된 틀 속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와 대면하면서 자신의 의식을 확장시켜 갑니다.

<< 작가의 시선 >> - 자신의 재산이 결혼 후에도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줄거라고 믿은 이사벨은 주변의 반대에도 오스먼드와 결혼하지만, 그의 본모습이 드러나면서 현실의 냉혹함과 마주하게 됩니다. 오스먼드의 딸이 자신들의 결혼을 주선했던 마담 멀과의 불륜으로 생긴 자식임을 알게 된 이사벨은, 임종을 앞둔 랠프를 만나러 영국에 갑니다. 그러나 결국 다시 떠날 준비를 합니다.

* "넌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니? 그런 생각이라면 이 세상에 행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이사벨은 약간 주저했다. "전 가치 있는 건 무엇이든 존중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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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먼드는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면 자신의 생각이 진부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 "돈이란 따라다니기는 지겹지만 맞이하기는 즐거운 법이오. (···)난 평생 한 푼이라도 내 힘으로 벌려고 애써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만큼 애써 돈을 취하거나 움켜쥐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떳떳해야 해요."

* 그녀는 랠프에게 한두 해 사이에 '세상을 다 둘러보았고,' 행동하는 삶이 아닌 관찰하는 삶에 이미 싫증이 났다고 말했다. 그녀의 열의, 포부, 인생 이론, 스스로 높이 평가했던 독립심,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던 애초의 신념, 이런 것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런 것들은 보다 근원적인 필요성에 흡수되었고, 이 필요성은 (···)무한한 욕망을 충족하는 답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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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벨에게 고통이란 능동적 상태였다. 그것은 추위나 마비, 절망이 아니라 열정적인 사고나 사색이며 모든 압박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늘은 점점 짙어졌다. 마치 오스먼드가 의도적으로, 거의 악의를 품고 등불을 하나씩 꺼 버린 것 같았다.

* 이사벨은 그의 본성의 반쪽만을 보았으며, 그것은 마치 지구의 그늘 때문에 일부가 가려진 달의 표면을 본 것과 같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만월, 즉 인간 전체를 보게 된 것이다. (···)이사벨은 부분을 전체로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 이사벨은 자신이 뭔가 돈을 훌륭하게 처리하기 위해 의도적인 이유를 만들어 결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저속함에 물들지 않고 처신하는 미덕에는 그녀도 어느 정도 호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비열하고 천박한 세상은 결국 인간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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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먼드가 말했다. (···) "불행하게도 무지와 어리석음에는 새로운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진보나 광명이라는 치장을 하고 나타나는 무지나 어리석음을 얼마든지 볼 수 있지요. 그건 정말 속된 거랍니다."

* 백작부인은 이사벨의 얼굴에서 뭔가 기묘한 것을 본 것처럼 잠시 말을 멈추었다. (···)"너무 착하게 굴려고 애쓰지 마요. 좀 편하고 자연스럽게, 심술궂게 지내요. 한 번쯤은 인생을 편하게 지내기 위해 조금 사악해져 봐요."

* 이사벨은 온종일 그녀의 배신, 뻔뻔함, 수완, 그리고 그녀가 겪고 있을 고통에 대해 생각했고, (···)마담 멀에게 반드시 할 말도 없는 기분이 들어서 말을 꼭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사실이런 여성과 관계를 가질 때는 무엇이든 절대적인 선을 그을 필요는 없는 법이다. 이런 여성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결함도 잘 받아넘기는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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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살아가는 일이 앞으로 오랜 기간 자신의 의무가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은 그녀에게 아직 힘이 남아 있으며, 언젠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증거였다. (···)고통만을 위해 살기에는, 그런 것을 겪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고 능력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사벨은 먼 앞날의 희미한 그림자가 재빨리 눈앞을 지나가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도피해서는 안 될 것이며 끝까지 견뎌야 했다. 그러자 흘러간 세월이 다시 그녀를 감싸고 무관심이라는 회색 커튼이 그녀를 둘러싸 버리고 말았다.

* "성공적인 삶은 아니었지." "그래요, 하지만 아름다운 삶이었어요." 이사벨은 이모의 의견에 벌써 반박하고 있었다. 이모의 무덤덤한 말투에 속이 상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구나. 건강 없이 아름다운 삶이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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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이 죽는 걸 보는 것만큼 자기가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건 없어. 그건 생명감이라는 것으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일 거야. (···)이사벨, 살아 있는 게 더 좋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죽음도 좋지만, 죽음에는 사랑이 없어." (···)랠프의 목소리에는 무한한 기쁨이 담겨 있었다.

* 그가 계속 말했다. (···)"넌 너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했지만 그게 허락되지 않았지. 너의 소망 때문에 벌을 받은 거야. 인습이라는 바퀴에 깔리고 만 셈이지!" (···)랠프는 충분한 고통을 겪을 만큼 살아야 오래된 집에 반드시 있게 마련인 유령을 볼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사벨은 유령을 보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했다. 다음 날 차갑고 어슴푸레한 새벽에 침대 옆에 유령이 서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렵지는 않았다. 그저 랠프가 죽은 거라고 확신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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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행복해선 안 되죠? 행복이 눈앞에 있고 손에 넣을 수 있는데도? (···)당신의 인생을 지켜야 돼요. 일부분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까지 잃어선 안 돼요. 겉으로 보이는 상황,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 세상의 형편없고 우둔한 짓거리 따위를 걱정하는 건 당신 자신에 대한 모독입니다. (···)세상은 우리 앞에 펼쳐져 있고 무척 넓어요.

* 실제로 그녀에게 세상이 이토록 넓게 보인 적은 없었다. 그것은 넓게 퍼져 그녀를 완전히 둘러싸는 거대한 바다의 형태가 되었고, 자신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녀 앞에 똑바른 길이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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