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싫어. 냄새 나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직원이 출국을 앞두고 있다. 계속 구인신청서를 보내지만 <ㅇㅇ지역 외국인 직원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팩스만 받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로 입국이 지연되면서 외국인 직원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다 외국인 근로자를 배치 받는 경우에도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돼지농장에서는 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통화에 성공해도 어눌한 한국어로 “돼지 싫어. 냄새 나”, “농사 하우스 갈 거야” 라고 의사표시를 한다. 무거운 사료를 옮기고 분뇨를 처리하고, 돼지들을 이동시키는 농장일은 힘 있는 젊은 직원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현장에서 한국 젊은이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가끔 대학 축산과 실습생들이 왔다 가는 게 전부이다. 심지어 축사 공사를 할 때도 냄새 때문에 작업을 포기하고 가버리는 일이 발생할 정도이다.
국내 일자리 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외국인 근로자들이 종종 원인으로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외국인 직원들이 없으면 힘든 공사현장일이나 농사일, 냄새나는 축사 일을 해낼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 해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으로 일을 하러 온다는 것은, 우리 선배들이 독일의 간호사나 광부,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현장 등에서 외화를 벌어 들였던 것과 같은 맥락일 터였다.
우리 농장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직원은 모두 일곱 명이다. 다섯 명은 네팔 인이고 두 명은 베트남인이다. 그러나 베트남 직원들은 2020년 11월에 근로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진으로만 얼굴을 본 상태이다. 코로나와 베트남 현지 상황까지 더해져 입국이 계속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모에 비해 직원 수가 적다는 것과, 농장 평가 점수가 높다는 것으로 어렵게 신청 권을 얻어낸 신규입국직원들이다. 우리 농장이 한국에서의 첫 직장이기 때문에 10년 동안은 계속 함께 일할 수 있는 소중한 직원들인 것이다.
1년 6개월이 넘어가도록 입국이 지연되면서 타국으로 일하러 가기 위한 준비를 끝내놓고 대기하고 있었을 베트남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일손이 부족해 허덕이는 농장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입국대행기관으로부터 <이달 말경 베트남 신규직원 두 명중 한 명이 입국 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규직원은 3일 동안 합숙훈련을 받은 후 농장으로 올 수 있다. 그리고 7일간의 격리를 끝내고 나면 바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베트남 직원들이 무탈하게 입국해서 빨리 함께 일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동안 고생한 네팔 직원도 기간만료 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다가 출국하게 되길 바란다. 한국에서 번 돈이 본국에서 시작하는 제2의 삶에 든든한 기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돼지농장에서의 생활이 냄새나고 힘들었어도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샀노라고, 사업도 시작하고, 결혼도 하게 되었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