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나입니다.

by 아무

인생은 순간의 연속이다.

어떤 순간에도 삶은 멈춘 적이 없다. 나는 계속되고 있다. 일에 치이기만 하며 사는 것 같은 시간들이 있었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쏟는 시간들만 넘쳐나 불만인 때도 있었다. 할 일 없이 허투루 보내는 시간들에 불안한 때도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 홀로 산책하는 기분에 취할 때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유쾌한 날들로 보내는 시간들도 있었다. 어떤 날은 꽉 찬 하루로 뿌듯했고, 어떤 날은 공허하게 보낸 하루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떠보면 어느 것 하나 남겨져 있는 것이 없다. 붙잡고 싶은 순간으로 내 삶을 채우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고, 빠져나올 수 없는 순간에 갇혀 버린 것 같은 때도 있었지만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순간이 바뀔 뿐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좋았던 순간은 짧았고, 힘든 순간은 다소 길었을 뿐. 가끔 삶을 잠시 멈추고 싶어지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진행형이고, 어떤 순간에도 삶은 멈춘 적이 없기에.


삶은 순간들의 반복 혹은 거짓말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 내 짐작과는 다른 일들, 예상 못한 일들이 만들어 내는 순간들이 거짓말처럼 내 생활이 되고 내 삶이 되었다. 어느 순간은 평온했으나 어느 순간은 고통이 되었고, 다시 웃음이 되었다가 눈물로 바뀌는 순간들의 반복이었다. 나는 어디에 서 있고, 나를 결정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좋았던 순간을 붙잡았다가 변해버린 순간 때문에 슬퍼했고, 고통의 순간이 각인되어 좋은 순간을 의심하기도 했다. 정신없이 지나가 버리는 순간에 파묻혀 현재의 순간을 놓치고 후회하기도 했다. 순간을 붙잡으려다 혹은 피하려다 순간의 늪에 빠진 것만 같았다. 일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순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매일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는 희로애락의 순간을 초월하고 싶어졌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어떤 순간에도 삶은 멈춘 적이 없기에.


그래서 순간을 살기로 했다.

순간을 타고 오는 인생의 온갖 거짓말 같은 얼굴에 나를 맡기지 않기로 했다. 순간에 끌려 다니는 수동적인 삶을 버리고, 대신 그 모든 순간을 살기로 했다. 희망도, 절망도,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미움도, 평온함도, 화도 그 어느 것 하나도 내치거나 피하지 않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든 순간과 마주하고 대화하겠다. 순간이 나를 지배하게 하지 않고 순간을 철저히 차지하겠다. 모든 순간에서 배우고 나의 순간을 만들겠다. 그래서 순간을 소홀히 여기지 않기로 했다. 들뜬 마음에 순간을 놓치고, 지친 마음에 순간을 외면한다면 인생은 허비되고 삶은 빈약해진다. 어떤 순간에도 삶은 멈춘 적이 없기에.


결국 순간은 내가 된다.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은 내가 되어 있었다. 희망에 가슴 벅찬 순간도, 절망에 어둠뿐인 순간도, 사랑에 가슴 뛰는 순간도, 미움으로 마음이 일그러진 순간도 모두 다 내가 되었다.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 순간을 살게 되고, 살아낸 순간들은 내가 된다. 그래서 순간은 가치이다. 최소한이며 최대한의 가치. 찰나의 순간들이 결국은 인생을 결정한다. 순간을 헛되게 지나치지 않으면 촘촘하고 빼곡하게 나를 만들어낼 기회가 된다. 그러므로 모든 순간을 나로 살아 내리라. 유유히, 치열하게. 어떤 순간에도 삶은 멈춘 적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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