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필가 고병균 Mar 13. 2023

[7-5] 보통 사람 이억기(李億祺)

수필 임진왜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을 도와 해상 전투에서 맹활약했던 장수로 이억기(李億祺)가 있다.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이억기 그는 왕실의 먼 친척이다. 조선의 제2대 왕 정종의 10번째 아들, 덕천군의 현손으로, 그의 아버지는 심주군 이연손(沁洲君 李連孫)이다. 당시 왕 선조는 세종대왕의 6대손이고, 민족의 영웅 이순신은 세종대와의 장형 양녕대군의 6대손이다. 또 ‘199대 1의 승리자’ 오리 이원익은 세종대왕의 서제 익령군 이치의 현손이다. 이상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다.


정종=> 덕천군=> 아들=> 손자=> 증손자 이연손=> 현손 이억기 

태종=> 세종대왕=> 아들 => 손자=> 증손자=> 현손 =>5대손 =>6대손 선조

태종=> 양녕대군=> 아들 => 손자=> 증손자=> 현손 =>5대손 =>6대손 이순신

태종=> 익녕군=> 아들 => 손자 => 증손자=> 현손 이원익     


여기서 정종과 태종은 태조 이성계의 아들로 형제간이다. 따라서 태조 이성계를 기준으로 촌수를 따져본다. 1561년생 이억기는 태조의 6대손이고, 1545년생 이순신과 1552년생 선조는 태조의 8대손이다. 이억기는 선조나 이순신의 할아버지뻘 되는 항렬로, 유복친(有服親) 이외의 남자 친척인 14촌 대부(大父)이다. 그런가 하면 1547년생 이원익은 이억기와 같이 태조의 6대손으로 12촌 형제간이다.      


이억기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엇갈린다.

체찰사 이정형 ‘그는 원균만 못 합니다.’

이억기를 1540년생 원균과 비교했다. 이 평가의 공정성을 따지기 전에 칠천량 해전(漆川梁海戰)에서 나타난 두 분의 행적을 살펴본다.

조선 수군에게 패색이 짙어졌을 때, 전투의 총사령관이었던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은 부하들을 팽개치고 혼자 도망쳤으나 소나무 아래 잠복해 있던 일본군에 붙잡혀 죽었다. 전라우도수군절도사(全羅右道水軍節度使 : 전라우수사)로 참전한 이억기는 충청 수사 최호(崔湖)와 함께 왜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에 벌어진 해전 역사상 최악의 패배인 칠천량 해전(漆川梁海戰)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까? 이억기? 원균? 답은 자명하다

체찰사 이정형의 평은 공정하지 않다. 진실을 바탕으로 한 평이 아니다. 진영 논리에 충실한 평으로 기울어진 저울로 측정한 결과이다.      


“李水使浮虛不實。 神不守舍。 異日或戰破。 或短折”

“이수사부허부실。 신불수사。 이일혹전파。 혹단절”

이수사(이억기)는 과장되어 실속이 모자라므로 늘 정신이 다른 곳에 있었다.     


삼가 현감 고상안의 평이다. 이억기를 향하여 ‘실속이 모자라다.’ ‘늘 정신이 다른 곳에 있었다.’라고 혹평했다. 여기서 성경의 인물 다윗에 대하여 소개한다,


17세 소년 다윗은 용사 골리앗과 싸워 이겼다. 그날 이후 ‘사울은 천천 다윗은 만만’ 이런 소문이 세간(世間)에 퍼졌다. 그날 이후 사울왕은 다윗을 죽이려 하고, 다윗은 도망 다녔다. 그런 다윗을 따르는 자들이 있었는데, 성경에서는 그들을 비류라고 말한다. 비류(非類)란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다. 다윗은 이런 자들을 이끌고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나라를 만들었다. 

이순신 휘하에서 이억기는 당항포·한산도·안골포·부산포 등의 해전에서 크게 활약했다. 기동 타격대 구실도 훌륭하게 수행했다. 이순신 휘하의 이억기는 다윗을 따르던 비류와 흡사하다. 이런 자에게 ‘실속이 없다.’고 폄훼할 일이 아니다.     


선조 ‘이억기는 내가 일찍이 본 적이 있는데, 쓸만한 사람이다.’

이억기는 10대에 무과에 급제하였고, 21세에 종3품 경흥도호부사(慶興都護府使)로 임명되었으니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순신이 녹둔도 전투 때문에 압박을 받을 때 이순신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이순신이 잡혀가 조사를 받을 때는 이항복, 김명원 등 조정 대신들에게 서신을 보내어 그의 무죄를 변론하였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볼 때 이억기는 의리도 있는 쓸만한 사람이다.     


“젊어서부터 활약한 유능한 귀공자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 최고의 영웅 이순신과 한국 역사상 최악의 졸장이자 나라를 말아먹은 대역죄인인 원균의 개성에 막혀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인지도가 낮다는 역사학자들의 평에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억기는 ‘보통 사람’이다. 이억기는 총사령관 이순신 휘하에 있을 때는 흥하였고, 총사령관 원균의 휘하에 있을 때는 폭망했다. 그 삶이 극명하게 달랐다.

이처럼 보통 사람은 지도자에 따라 그 삶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되도록 삶을 흥하게 하는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부모, 선생님, 직장 상사, 대통령 등 선한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국민 각자가 스스로 흥하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선한 길로 인도하는 선한 지도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7-3] 삼도 수군통제사 원균의 출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