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1일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마지막 학교에 나오는 날입니다..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 한 분이 학교에 나오셨습니다.
얼마 후에 행정실장이 들어왔습니다.
“교장 선생님, 완납입니다. 참 놀라운 일이네요.”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내는 납부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학교 학교 급식비입니다.
초등학교 학생과 유치원 원아 그리고 교직원까지 모두가 납부하는공과금입니다.
둘째, 우윳값입니다.
우유를 먹겠다고 신청한 학생에게 징수하는 공과금입니다.
셋째, 방과후 학교에서운영하는 영어 교육비입니다.
영어 교육비는 희망하는 학생이 수업료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의 지역적 사정을 감안해서 3학년 이상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3학년 이상 학생들은 영어 교육비를 내야 합니다.
반드시 내야 할 공과금이라 해도 어찌 완납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공과금을 100%납부한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습니다.
우리 학교는 한반도 최남단의 해변 마을에 위치한 학교입니다. 전체 학생 수 160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코입니다. 또 학생 중에는 기초생활 수급자의 지녀가 19명이나 되고, 부모가 서로 떨어져 한쪽 부모와 생활하거나 아예 부모를 떠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 등 결손 가정의 자녀도 63명이나 됩니다.
이처럼 열악한 학교인데 공과금 100% 완납이라니 교장으로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공과금을 납부금을 낸 학생은 범주(가명)는 노동력이 없는 조부모 슬하에서 삽니다. 그런 까닭에 2005학년도의 학교 급식비와 영어 교육비를 납부하지 못한 채 진급했습니다.
그날 점심시간에 범주를 불렀습니다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범주의 손을 잡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도 어려운 가정 형편임에도 학교 공과금을 납부해주신 범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범주는 범주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정성을 가슴 깊이 깨닫고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범주가 남의 도움이나 받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자기 앞길을 개척하도록 용기와 지혜와 근면을 허락하소서.’
그날 이후 범주의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행동이 자연스러워지고 표정이 당당해졌습니다. 수업에 충실하고 발표도 잘한다는 담임교사의 말도 들었습니다.
나는 가슴속에서 기쁨이 넘쳤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보다는 ‘실수를 했다.’ 거나 ‘좀 더 나은 방법이 있었는데…….’ 등 후회한 일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이런 기쁨을 주신 것 같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 광주로 올라오는 데 가슴에서 기쁨이 샘물처럼 솟구쳤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내와 딸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흥분이 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자동차를 멈추었습니다.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지난 3월 학부모에게 당부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학교를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
‘행복한 학교’란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하기 위해 힘써 노력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학교를 말합니다.
이런 다짐과 함께 당부도 했습니다.
첫째, 정직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둘째, 공짜를 좋아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향과 가정에서 바라는 방향이 같아야 합니다.
'물 한 그릇이라도 공짜로 얻어먹지 마라.'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실천했다는 이명박 서울 시장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공짜로 공부하고, 공짜로 학교 급식을 먹으려 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훌륭하게 된 사람들은 자기의 꿈을 이루기까지 많은 땀을 흘리고, 많은 눈물을 흘리며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당부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찌 되었건 2005학년도 내지 못한 공과금까지 소급해서 완납해준 범주 할머니를 비롯해서 학교 운영 위원장과 자모회장 등 학부모님 여러분의 협조에 감사드리며 성경 한 구절 올립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 같이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요한 삼서 2절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