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입김
겨울이 녹은 밤
단풍이 지고
남아 있는 허약한 가지들
볼품없는 풍경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다
바다로 이어진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내가 살고 싶었던 곳
내가 가고 싶었던 곳
쓸쓸한 뒷모습을
나는 볼 수 없지만
누가 알아차릴까
괜히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다
자정 무렵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서성이다 보면
가둬두었던 마음이 홀로 비상한다
나도 날고 싶다
구름 저편에 새들의 비행을 보니
내게도 날개가 있었다면
거센 바람에도 자유를 배웠을 텐데
정말이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가끔은 견디기 어렵다
외로움이 나를 울리지만
지독한 슬픔이 나를 위로한다
길 끝엔 집이 있고 따듯한 방이 있다
집에 다다르기 전까지
나는 식어가는 눈물을 다시 데우며
고독이 삼키지 않은 열정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