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혜 Jan 10. 2023

뛰어난 작품을 잃었다

대작을 잃고 얻은 것 , 잔잔바리


벌써 두 번째다.

아무래도 뛰어난 작품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잃은 것 같다. 몹시 억울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냉수라도 들이켜고 속을 차려봐야 할 지경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도무지 좀처럼 실오라기 하나 떠오르지 않는데,

몹시도 답답하다.


 지난밤,

아니지. 오늘 새벽 

편안하게 누워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 깨어 일어나 앉아

정신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명확한 문장으로

깔끔하고 멋지게 술술 써 내려가고 있다.

"와우~이건 분명 작품이야.

암만. 아마도 틀림없이 대작이 될 것이야. 하하하."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고 개운해진다.




그 순간  눈이 느닷없이 떠지는 게 아니겠는가.

좀 전의 상쾌함과는 달리 ,

왠지 정신이 영 몽롱하다.

그만 아주 순간적으로 알게 되었다.


꿈.

꿈속에서 대작을 써버린 것,

이내 맑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았다.

'잊으면 안 돼. 절대 잊지 말자. 조금만 있으면 아침이 올 거야. 그런데 너무 졸리다.

그래. 지금은 좀 자고 나서 이따가 쓸 수 있을 거야. 일단 다시 자야겠어."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애를 써  되뇌어 잠이 들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계획과는 다르게 멍청하게도 몇 시간 전.

친한 언니들과 약속을 잡기 위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그제야  툭 하고 생각이 버렸다.


원통한 심정을 토해내는중


언니들과의 카톡 끝에

 굉장히 원통하게도 대작을 잃었지만,

이것이라도 써보며 나를 위로해 보기로 빠르게 결론을 내버렸다.


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위로해 준다.

"잔잔바리 소재라도 얻은 것이 다행"이라고,


씻으면서 골똘히 생각해 봤는데  ,

아무래도 꿈속에서 꿈을 또 꾼 것이 아닌가 싶다.

흡사 김만중의 고전소설 구운몽.

성진이 한바탕 꿈에서 팔선녀와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이루다 모든 것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나의 뜨거운 욕망 꿈속에서 실현시키고  다시 현실 어쩌고 , 뭐 그런 비슷한 거.

" 이 사람아, 정신없이 꿈을 꾼 것을 무려 구운몽까지 들먹여가며 상하고 거창하게 이야기하냐 "라고 물으신다면,


"  쎄요. 그냥 글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큰가 봐요."

 정도로 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로 다시 꿈을 꾸러 가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멋진 어른여자 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