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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Apr 13. 2023

여긴 반려견동반 가능 식당입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였다. 용은(남편)  미화(나의 엄마)의 꿈을 꾸었다이야기시작한다.

  "꿈에서 엄마가 돌아가신 거야. 급히 집으로 내려가봤더니 방에 아버지만 앉아 계셨어. 그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잠에서 깨고 나서도 너무 슬펐어. 걱정이 돼서 낮에 엄마한테 잘 지내시냐고  전화를 드리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얼굴 뵙고 와야 될 것 같아. 주말에 다녀오자. 알았지?"


나는 행복이에게 분리불안이 있기에 강아지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대체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부모님 댁에 갈 때면 그 어느 때 보다도 콧노래를 부르며 분주히  행복이의 짐을 꾸리고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전 귀농을 하신 터라 우선 마당이 넓다. 게다가 마을에는 제각기  떨어져 집을 짓고 널찍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행복이가 형아들과 마음껏 뛰어놀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하기 때문일 테다.

5시간가량을 움직여 미화(엄마)와 응열(아버지)의 집에 다다랐다. 그리웠던 만큼 그간의 안부를 나누며 그날따라 짧게만 느껴졌던 아쉬운 밤을 보냈다. 다음날 미화가 좋아하는 안목해변의 라테를 마시고  그녀가 손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수제버거를 먹기 위해 걸음을 재촉한다. 실은 햄버거를 선호하는 편 아니지만 , 대부분의 음식들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터라   식사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함께 먹는 편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행복이에게 분리불안이 꽤나 지독하게 있는 나 때문에 반려견과 함께 식사가 가능한 곳을  선호한다.

요즈음에는 반려견 동반입장이 가능한 커피숍이라든지 , 식당, 숙박업소들이 많아지고 있는 터라 참으로 감사하고 있다.

강아지와 이동할 때나 , 식당출입을 할 때면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행복이전용 가방 안에 행복이를 두고 식당 테라스에 앉았다. 바람이 꽤나 분다. 점차 거세져 결국엔 눈을 뜨기도  힘든 지경이 돼버렸다. 강원도에 봄바람은 심술 맞을 정도로 유달리 거세다. 결혼 후 수도권에 살기 시작하면 서부 터는  어릴 적 무섭게 까지 느껴졌던  유난스러운 봄바람을 만나보지 못했을 정도이니까,


다행히 식당안쪽에 자리가 있어 급히 바람을 피해 들어왔다. 강아지 이동가방을 손에 들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앞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와  여자가  나와 강아지가방을 아래위로  여러 번 훑어내리는듯 하다. 내가 괜한 생각을 하는 건가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때를 놓칠세라  더욱 노골적으로 그 은 턱끝도 모자라  손가락까지 동원해서 행복이가 앉아있는 가방을 가리킨다.

반려견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기에 평소에도 몹시 주의를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받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이다. 가끔 어떤 면에서는 강박이 의심될 정도로 깔끔을 떨며 유난스러워지기도  하다.


 분명 테라스에서 식당안쪽으로 들어오기 전 행복이 가방의 지퍼는 모두 잠고 , 털끝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강아지알레르기가 있는 용을 위해  이동가방 안에는 항상 행복이 털 을 제거하기 위해 돌돌이 테이프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나면 불 같이 타오르는 편이나 ,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언쟁도  꺼려하기 때문에 나름 죄송하다는 태도를 고개 숙여 표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기세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어찌나 손가락질을 해대는지 억울한 마음에 안 그래도  큰 눈이 나도 모르게 희번덕 거리게 돼버렸다. 최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전하고자 애를 썼다.  

모르시나요? 여기는 반려견동반 가능 식당이에요,  

그렇게 그쪽 테이블과  나만의 오묘한 신경전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작되었고 누구도 모르게 끝이 났다.


반려견동반 가능식당이라고  할지라도, 선의를 베풀어준 사업주를 배려해야 한다. 반려견으로 인해 빚어진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곤란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반려견 보호자 입장에서 당연하다.

더군다나 기분 좋은 식사를 위해 방문한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기본적인 에티켓 지켜야 함은 물론일 테고,


일부 이기적인 반려견주들이 주의하지 않는 펫티켓을 , 일반화시켜서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을 못마땅한 듯 손가락질하며 경멸하는 태도나도 모르는 억울한 감정 미간이 찌그러지는 것어쩔 수 없다.

무기력하지만 어쨌든 그들과  두루두루 살아가기 위해  내 자리에서 지금과 같이 그저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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