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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혜 Dec 19. 2022

아빠, 젝스 또 만나러 가자

미락동의 겨울 그리고 따뜻함


복작복작했던 미락동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 지나고 나면 이내 기나긴 겨울이 찾아다.

강원도 깊은 산골 마을 도시보다 단히  빠르게 겨울 마주할 수 있다.


보통 12월 무렵 김장을 하게 되는 도시는 다르게

미락동에서는 10월 말이면  이미 겨우내 먹기 위하여 김치를 담그는 김장 하는데 ,

이는 빠르게 추워지는 날씨를  대비해 미락의 주부들이 기필코 김치를 만드는 행사를 10월 중에   마무리 지어야만 하는 이유 이기도 하다.

미화는(나의엄마) 올해 김장도 역시나 변함없이 10월 말일에 마쳤다.


그 무렵 아이들 겨울과 방학을 기다린다.

겨울방학을 기다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 는데,

그들은 기나긴 겨울. 미락 동의 미화와 응열(나의아버지) 옆에 딱 붙어 있다.


그러도심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굵고 탐스러운 함박눈을 운 좋게 눈앞에서 생생하게 만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난 내 키보다 많이 쌓였던 눈을 지겹도록 많이 봐왔다. 강원도는 보통 각 동네마다 포클레인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눈을 치워줘야 할 정도로 눈이 징그럽게도 자주  많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






문득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국어책에서 읽어 보았던 동시가 생각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눈이 펑펑 내리면 바둑이도 신이 나서 폴짝폴짝 함께 뛴다는 내용' 으로 철수와 영희 그리고 바둑이 삽화와 함께 쓰여  있었.

그런데 놀랍게도 , 정말 눈이 내리 시작한 그날

  우리 집의 강아지들이 참말로 신이 나서 고삐가 풀려 버린  망아지들처럼 폭신하고 보드라우며 제법 수북해진 눈밭을 올망 한 네발로 뛰어다니기 시작다.


미화와 응열의 애견 젝스 와  나의 행복이

덩달아 눈을 배경 삼아

사진을 꽤나 진지하게 찍던 형아 둘지 흥이 차오른다.(허나, 전혀 그렇지 않은 거 같은  부연 사진을 한 장 살포시 첨부해본다)


 역시나 강원도의 힘,

아니지 , 강원도 산골 눈의 놀라운 능력.

어느무릎 가까이 수북하게 이 쌓였다.


 미화그녀의 딸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

미락동 마당 한편에 조금 얕은듯한 언덕 하나를 금세 투덕투덕  만들어 준다.

짐작은 하셨겠지만, 썰매장이다.(제법 그럴싸하게 속도를 즐기며 내려올법 했다)

또 하나, 썰매는 따로 없다.

그래도 전혀 상관없다.


30년쯤 전 그랬던 것처럼 반들반들한  요소비료 포대 자루 하나씩만 손안에 있다면 그들에게는 곧 그 어떤 스피드 따위 결코 부러울 것이 없게 될 테니까,


미화와 그녀의 손주 석이와 승이 세 사람.

그들은 이내 흥에 겨웠는지  입꼬리가 마치 각자의 턱끝까지 걸려 있는 듯했다.

미화를 닮아  양옆의 뺨에 깊은 보조개가 파여있는 둘째 승이의  보조개가 그날따라 탐스럽고 참으로 예뻤,

(유전자의 힘은 참말로 놀랍고 신비롭다)

모습을 보자니 눈물이 많아도 너무 많은  나는 또다시  참을 새도 없이 눈이 금세 그렁그렁 해졌다.



온몸이 꽝꽝 어는데도 , 추운지도 모르고 폭신하고 차갑지만 그렇대도 마냥 차갑기만 한 것도 아닌

오로라 빛을 담은 눈 위를 폭닥한 이불 삼아

아이들은 하루 종일 뛰어놀다.


응열 그의 손주 석이와 승이를 종일 오매불망 기다리며

 미리 달궈놓은 뜨뜻한 방안 구들장 위로 

석이와 승이는 기다렸다는 듯 꽁꽁 얼어버린 손과 발 그리고 자그마한 온몸을 녹여본다.

"끼야악 "

"할머니, 나 손가락 아파."

"꺅 -꺄깤 , 할머니,  나는 발가락도 아파."

연신 난리가 났다. 이런 난리도 없다. 야단법석이다.

챠르르 전기 놀이를 할 때처럼 오묘하게 아픈 것도 같고 간지러운 거 같기도 하고,  

서서히 얼은 피부가 풀어지며 돌아오는 감각에 저릿저릿 아픈 것도 같지만 ,

그마저도 그들은 까르르 즐거워

이번에는 입꼬리가 아예 귀밑까지 걸려 버린다.


손주들이 마당에서  흥이 나게 노는 동안 응열은 이미 꽁꽁 얼었을 집 아래 개울로 나가서 작은 물고기들을 투망 가득 잡아왔다.

손주들과 딸을 먹이기 위해서였겠지,

미화는 도리뱅뱅이라는 요리를 맛 보여 주겠다면서

 야망 가득한 얼굴로 뺨의 깊이 파인 보조개를 있는 대로 자랑하며 한껏 달떠있다.

그래서 였나, 참으로 따뜻하고 맛있게 먹었다.


응열이 꽁꽁 언 개울가에서 나가서  투망으로 건져온 물고기들과 ,그의아내 미화가 신이나 짐짓 야심차게 선보였을 도리뱅뱅 요리

미락동. 아름다운 풍경의 사계절을

이토록 다양하복하게 경험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사랑을 오롯이 받아가며  따뜻하게 자라나는 마음씨 착고 섬세한 이와 승이.

눈처럼 차가워진 이 세상에서 이들이

그들의 따뜻한 마음 언젠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 대하며 렬히 응원해본다.

그건 그렇고 ,

 얘들아 , 젝스 또 만나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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