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직장에서의 대화

by 소풍보름

대화를 한다. 대화의 상대방이 괜찮다고 한다. 괜찮다는 말을 들으며, 그 말의 온도에서 괜찮지 않음을 알아차린다. 괜찮지 않다는 거 알아, 라며 그 사람이 하고 싶었던 진짜 의미를 읽어낸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며 스펙트럼을 만든다. 그냥 햇빛인데, 알고 보면 여러 색깔이 세세한 집합을 이루고 있다. 그냥 지나칠 땐 몰라도,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약간의 관심과 노력으로 괜찮다는 말의 온도차를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약간의 노력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나에게 여유가 있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개인 대 개인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특히 마지막 조건, 개인 대 개인의 관계가 늘 어렵다.


소설 「스펙트럼」에서 주인공 희진이 외계 생명체(루이)를 처음 발견한 당사자임에도, 끝내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외계인의 위치를 알리지 않은 건 그들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조직 단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개인일 땐 가능했던 서로 간의 ‘이해’도 조직 논리에 함몰되면 서로의 세세한 스펙트럼을 헤아려 줄 여유가 사라져 버린다. 수년간 개인 대 개인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의 언어와 비언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어색하지만 상대방이 쓰는 감정 표현으로 다져온 관계가, 조직 간의 이해관계로 어그러지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루이들이 희진을 향해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라고 표현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온전히 개인 대 개인의 관계로 남고 싶었을 것이다.


회사에서 대화를 한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조직의 서로 다른 프리즘이 있어, 부서의 분위기와 논리를 답습하며, 대화를 하게 된다. 약간의 노력, 즉 여유와 관심, 그리고 ‘개인 대 개인의 관계’만 지키려 한다면 좋을 텐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괜찮다는 말이, 괜찮지 않다는 뜻도 있다는 것만 알면 되는 건데. 그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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