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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르미 Jul 05. 2021

딸에게 들려주는 좋은 남자 감별법 (2)

네 말을 새겨듣는 사람을 만나렴.

  "오빠, 인사해. 우리 아빠야."

  "아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언젠가 그날이 오겠지요. 세상 무슨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금지옥엽을 누군가에게 보내주어야 할 날 말입니다. 그때 사랑하는 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쓰는 글입니다. 딸, 남자가 병아리는 아니지만 잘 감별(?)해서 좋은 남자를 만나길 바래. 예비 사위 면접은 아빠가 매주 만나면서 최소 12주 정도 볼 거야. 각오하라고. 호호.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예수님 동생 야고보라는 분이 쓴 글이라는데 이 분 최소 결혼 생활 짬밥 20년은 족히 되실 듯.


  좋은 성격과 다른 사람의 말을 새겨듣는 태도는 꼭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사실은 잘 듣지 않는 완고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함께 살아보기 전에는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결혼하는 커플에게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남자는 결혼하기 전에는 여자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30000% 정도를 합니다. 그리고 결혼한 후에는 3% 정도로 떨어집니다." (물론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에요.)


  약간 과장도 섞여 있긴 하지만,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이상한 법칙과 더불어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빠가 변한 게 아니고, 원래 그런 사람인데 마치 수컷 타조가 짝짓기를 위해 유혹의 춤을 추듯 열심히 노력한 것이지요. '내가 더 사랑하면 그만이지.'라면서 넘어가기엔 생각보다 심각한 사안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듣는 태도'는 곧 '소통 능력'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새겨듣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에 그런 사람이 있어도 밤잠을 설칠만한 일인데,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보통의 경우, 말을 잘하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말을 잘한다고 인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자기 말솜씨와 생각에 대한 확신이 높습니다. 그래서 잘 들으려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의 부족함이 화려한 말솜씨에 가려져 있을 때, 함께 사는 사람은 고통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은 알 수도 없고, 공감해줄 수도 없는 고통입니다.  

  



  감별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먼저 다른 사람이 말할 때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보면 됩니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다른 사람이 말할 때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잘 듣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후에 달라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현재는 그렇습니다. 성격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자기 말할 차례에는 생기가 넘치지만, 다른 사람 말할 때는 딴짓하는 사람은 주의 깊게 보는 게 좋습니다. 손해와 이익을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감별법은 다른 사람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지를 보면 됩니다. 말이 끝나기 전에 끊고 옳고 멋진 말을 하는 사람은 CEO로는 어울릴지 모르지만, 배우자로 만나기에는 피곤한 사람입니다. 회사에서 충분히 시달렸는데 집에도 CEO가 계시면 힘들 수밖에요.




  그렇지만 이 기준은 결혼하기 전까지입니다. 결혼해서 사랑하는 배우자의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을 만났을 때 이 진리는 뒷부분부터 적용됩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고, 성내기도 더디 하라."


  물론 내 말을 새겨듣지 않는 사람에게 화가 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대한 무시가 내 존재에 대한 무시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왜 날 무시해?"라며 화를 낸다면, 반드시 싸우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날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화낸 사람 잘못이 됩니다. 끝나지 않는 전쟁 같은 사랑의 시작입니다. 새겨듣는 태도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딸아, 다른 사람의 말을 새겨들을 줄 아는 사람을 만나렴. 적어도 네 말을 끊지 않는 사람을 만나렴. 엄마처럼 고생하지 말고 말이야.


  왜 제 글은 언제나 기승전 여보 미안해일까요. 여보, 더 새겨듣고 천천히 말할게. 암쏘쏘리버달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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