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갈아입는 마음
긴 연휴 동안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다.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 해의 절반을 훌쩍 넘긴 시간들을 되짚었다.
비는 묘하게 사람 마음을 정리하게 만든다.
며칠째 이어진 잿빛 하늘 아래, 집 안에 쌓여 있던 옷가지들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여름의 기운이 아직 남은 반팔 티셔츠, 다시 입을까 말까 망설였던 스웨터들, 그리고 몇 년째 손도 대지 않은 코트까지.
‘언젠가 입겠지’ 하며 미뤄두었던 옷들이 이젠 나를 답답하게 했다.
그렇게 옷장을 비우다 보니 문득, 마음속에도 묵혀둔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련, 후회, 그리고 아쉬움. 옷을 정리하듯 그 감정들도 하나씩 꺼내어 접어두었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정성껏 다려 넣었다.
명절이 끝나니 마음도, 기온도, 계절도 함께 바뀌는 듯했다. 낮에는 여전히 햇살이 남아 있지만 저녁 공기엔 이미 가을의 냄새가 스며든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듯 나의 일상도 새로이 정돈되어야 할 때다. 정리는 단지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혼잡한 생각들을 가라앉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집이 정돈되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무질서하던 책상 위의 서류들, 뒤섞인 색깔의 옷가지, 그리고 미뤄둔 일들까지 하나씩 제자리를 찾자, 나 또한 제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마음이 정리되면 안정이 된다.’
이 단순한 문장이 오늘따라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이제 비가 그친 하늘 아래, 나는 새 계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다.
비워낸 만큼 여유로워진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