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천마산 아래서

상을 받은 나는 초심을 다시 적다

by 바람에 실린 편지


요즘은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린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그런지,

하늘은 매일같이 잠시 머물다 가는 비구름을 내려보낸다.


그날도 그랬다. 언론의 날을 맞아 천마산으로 향하던 길,
회색빛 하늘은 잔잔히 비를 뿌리고 있었고,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흐릿한 물감처럼 번지고 있었다.


윈도우 브러시가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며
내 마음의 긴장과 설렘을 대신 두드려주는 듯했다.


비 내리는 천마산 아래에서 열린 언론인 워크숍은

빗소리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따뜻한 자리였다.

오랜 시간 글로 세상을 비춰온 필자로서 그 자리에 참석한 나는 뜻밖의 상을 받았다.
나는 오랜 시간 글로 세상을 비춰온 이로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순간, 내 이름이 불렸다.


‘언론인상’—생각지도 못했던 상이 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 차가운 무게 속에서 나는 어깨가 무거웠다.

빛나는 순간이었지만, 화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글을 쓰면서 홀로 씨름하던 밤들이 떠올랐다.
‘이 문장을 이렇게 써도 될까?’
‘이 말이 누군가를 상처 주지는 않을까?’
그런 고민과 번민이 쌓여 나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다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자,
진실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는 일이라는 걸 그때서야 더 깊이 실감했다.


비가 내리는 천마산 아래, 워크숍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누군가는 자신이 쓴 기사를 책으로 엮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웃음이 났다.
요즘 나는 전자책을 기획하고, 글을 쓰고, 또 다른 이들의 출간을 돕고 있다.


글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는 일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보람은 늘 새롭고 묘하다.

참 묘한 감동을 준다.
그날 나는 비록 산을 오르지 못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또 하나의 ‘정상’을 밟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며, 나는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대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언론의 날, 그 밤의 빗소리가 내게 대신 속삭였다.

“누군가는 진실을 전하고, 누군가는 마음을 전해야 한다.”

나는 후자의 길을 걸어왔다.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작지만 진심 어린 문장으로 세상을 비추는 일.
그것이 내가 믿는 언론의 다른 얼굴이었다.
언론이란 단지 사실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세상의 어둠 속에 작은 등불 하나를 켜는 일임을
나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믿어왔다.


귀로에 접어들 무렵,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깜깜한 밤, 천마산의 불빛이 멀어지고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잔잔한 리듬을 만들었다.
그 리듬 속에서 내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그 빛은 마치 내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오늘의 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다시 펜을 쥐었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건,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일’ 인지도 모른다.
비 내리는 천마산 아래에서,
나의 초심은 또 한 줄의 문장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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