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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에 실린 편지 May 22. 2024

아침 산책하면서

  아침 기온이 유난히 쌀쌀해져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갈매천 산책길에 까치 한 마리가 나를 반기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멀지 않은 곳에 왜가리가 긴 목을 뽐내고 있다. 물가의 오리들도 옹기종기 무리를 이루어 물속에 머리를 들이대면서 스트레칭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오리들과 만나는 작은 만남이 자연과의 소중한 동반이 된다. 

처음보다 늘어난 오리식구들을 보며 일곱 마리의 무리들이 행복해 보인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과 세상을 느끼며 함께하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물가에 핀 샛노란 민들레, 주위에는 이름 모를 잡초도 푸른색의 존재가치를 알린다.      

고요함 속에 아침을 깨우는 분주함을 알게 된다. 

조그만 사색으로 이끄는 이들에게서 현실의 존재감을 느낀다. 

인생의 길은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때로는 이 작은 만남과 잠시 아침 인사를 대신하게 되어 활기차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이러한 순간들 속에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 

     

   인생에서 불가피한 고독에 대해 혼자 있는 왜가리를 보면서 닮은 꼴을 보게 된다. 긴 목을 뽐내고 혼자 있는 왜가리는 넓은 날갯짓으로 고독감을 이겨내는 듯 자리를 뜬다.   

  이렇게 아침 산책하면서 오리들에서 다가가는 게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이 되었다.

      

  외로움과 함께하는, 조용하지만 따뜻한 동행으로.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외로움을 달래주듯, 가끔은 허전함이 나를 더욱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잠시 찾아오는 손님처럼 느껴진다. 

 까치의 경쾌한 소리나 왜가리의 우아한 자태를 바라보며, 나는 나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나만의 생각에 잠긴다.     

  산책길에서 가끔 여유가 있을에는 좀 더 걷기로 한다.

  둘레길로 이어지는 구룡산 자락에 오른다. 테크로 이어지는 편안한 길을 걸으며 자신을 칭찬하며 다독인다. 새들의 소리로 둘러싸인 나무숲들도 눈으로 인증을 한다. 나무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자연은 나에게 혼자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가르쳐 준다. 외로움이라고 느낄대는 단지 혼자라는 느낌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시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나는 가끔 깊은 곳에서 울컥 우러나오는 감성들을 받아들인다.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고 바른걸음과 느린 걸음으로 대신한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동반자이다. 누구는 혼자가 되고 보니 외로움이란 책을 자신도 모르게 샀는데 자식들이 다녀갈 때 들킬까 봐 책장에 뒤집어 꽂아 놓았다고 한다. 그만큼 자녀에게도 마음을 알리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단어였다.      

  외로움을 사회적 약점으로 여기는 사회 인식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모두가 경험하는 일부분이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혼자라고 생각할 때 좀 더 자신에게 냉정하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아침 산책을 통해 나는 주문처럼 되뇐다.

앞으로 좀 더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생활 속에서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사랑하고, 삶의 소소한 작은 기쁨들을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로 고요한 메아리 속에서 오늘도 나만의 루틴을 익히며 익숙한 산책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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