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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주 Jun 29. 2024

습관의 힘

"누구나 습관을 고칠 수 있다."     


이 말은 어쩌면 나의 가장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인간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습관.

삶 속에서 자신만의 익숙한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다.

지나고 보니 절실함과 절망감에서 시작한 변화는 큰 결심이었다. 


무더운 날에도 시원한 도서관에서 지내다가 저녁엔 걷기 운동으로 운동 삼매경에 빠져 일부러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한창 무르익은 한여름밤을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와 어우러져 각양각색의 흘러나오는 팝송을 들으며  공원을 무작정 걸었다. 

걷는 보폭에 음을 더해주고 점점 에너지를 받으며 마음을 고쳐 먹게 되었다. 

한참을 걷다 보면 더위가 물러나고 콧노래가 나오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집에 돌아와 땀으로 범먹이 된 옷을 보면 왜 그리 행복해지는지~~ 샤워 후 숙면에 빠지면서 점점 생활 패턴이 바뀌어간다.


최근에는 뉴스를 보는 것도 대화도 하기 싫어졌다.

어느 누구의 말도 듣거나 알고 싶은 관심사가 없었다. 

자연스레 점점 세상과의 결별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사람은 변화의 동물이다.

그래도 나의 노력으로 비장한 결심을 하였다.

야행성 인간인데 아침형 인간으로 점점 바뀌어간다.

이것은 버킷리스트 중의 간절한 바람으로 나에게 토닥토닥 칭찬도 했다. 


아침 햇살이 나의 습관을 바꾸어주는 강력한 에너지가 분명했다.


이른 아침 

복덩이는 어느 집부터 들어갈까 하다가 '문을 먼저 열어 놓은 집에 복을 주고 간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만큼 부지런한 사람에게 복을 준다는 말이었을까?

복도 복이지만 매일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실개천에서 무리 지어 걷는 오리들의 종종걸음을 따라 걷는다.  

주위의 잡초들도 이슬을 머금은 상태로 만나게 된다.

초록생명력의 존재를 알리는 귀한 만남이 된다.

내 주위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작은 행복을 느껴본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운동화를 신고 산책코스를 밟는다.


오늘은 아침 기온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날이었다.

산책길에 까치 한 마리가 나를 반기듯 경쾌한 소리로 유혹한다. 

멀지 않은 곳에 왜가리가 긴 목을 뽐내고 있다. 

물가의 오리들도 옹기종기 무리를 이루어 물속에 머리를 들이대면서 세수 겸 스트레칭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오리들과 만나는 작은 만남이 자연과의 소중한 동반이 되어 더욱 좋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7마리 오리들의 행방을 살펴본다.

한 마리는 안 보이네? 

넌 자는 거니? 등등 관심을 쏟으며 산책시간을 즐긴다.


물가에 핀 노란 민들레, 주위에는 이름 모를 잡초도 자기만의 존재가치를 알린다.      

산책로에는 고요함 속에 아침을 깨우는 분주함을 느끼게 한다. 

새들의 아침 운동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댄다.

자연과 함께 사색으로 이어지는 나에게  문득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인생의 길은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때로는 잠시 아침 인사를 나누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인생에서 불가피한 고독에 대해 혼자 있는 왜가리를 보면서 닮은 꼴을 보게 된다.

긴 목을 뽐내고 혼자 있는 왜가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넓은 날갯짓으로 고독감을 이겨내는 듯 자리이동을 한다.     

이렇게 아침 산책은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이 되었다. 

     

 외로움과 함께하는, 조용하지만 따뜻한 동행으로.     


주변 아름다운 자연이 외로움을 달래주듯, 가끔은 허전함이 나를 더욱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잠시 찾아오는 손님처럼 느껴진다. 

까치의 경쾌한 울음소리와 왜가리의 우아한 자태를 바라보며, 나는 나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하듯이     


이 순간, 

나만의 생각에 잠긴다.    

 

산책길에서 기분에 따라 때로는 둘레길로 이어지는 구룡산 자락에도 오른다. 

테크로 이어지는 편안한 길을 걸으며 내면과 대화한다.

새들의 소리로 둘러싸인 나무숲들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자연은 나에게 고독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가르쳐 준다. 

외로움이란, 단지 혼자라는 느낌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시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가끔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성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순간에는 자신을 위로하고 칭찬도 하며 생각에 따라 빠른 걸음과 느린 걸음으로 대신해 보기도 한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동반자이다.

누구는 혼자가 되고 보니 외로움이란 책을 자신도 모르게 샀는데 자식들이 다녀갈 때 들킬까 봐 책장에 뒤집어서 꽂아 놓았다고 한다. 

그만큼 자녀에게도 마음이 들킬까 봐 알리고 싶지 않은 단어였을까?     


외로움을 사회적 약점으로 여기는 사회 인식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모두가 경험하는 삶의 일부이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기회가 되길 원한다. 혼자라고 생각할 때 좀 더 자신에게 냉정하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아침 산책을 통해 주문처럼 되뇐다.

앞으로 좀 더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생활 속에서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사랑하고, 삶의 소소한 작은 기쁨들을 행복으로 이어가길 바란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오늘도 나만의 루틴을 익히며 익숙한 산책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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