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리, 나의 숨결
살다 보면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빛깔을 지닌 듯 살아가는 이들. 그들을 바라볼 때면 마음 한쪽이 서늘하면서도 동시에 따뜻해진다. 부러움과 감탄,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감정이 뒤섞인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묻는다.
“나도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르는 대신, 나만의 발자국을 새기며 걷고 싶다는 갈망. 그것은 어쩌면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사는 작은 소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소망을 실제 삶에서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돌아본 지난날은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늘 시간표에 따라 움직였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규칙과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속에서 불만을 크게 느낀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 길이 옳다고 믿었고, 성실히 사는 것이 내 몫의 책임이라 여겼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나는 내 삶이 왜 이렇게 바쁘기만 한지 의문을 품었다.
“내가 바쁜 것이 곧 성취의 증거일까?”
그 질문은 예상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곧 가치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 속에서 나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돌아보니 성취라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소진시키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바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뿐, 나답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마음속에 새로운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그 물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나는 내 시간과 에너지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곰곰이 따져보았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이제는 나만의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 안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소식과 소란스러운 이야기들. 그 속에서 나는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싶었다. 멈추지 않는 연결의 시대 속에서, 오히려 잠깐의 단절이 나에게 필요한 쉼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연습을 시작했다.
하루 중 단 몇 시간이라도 기기를 멀리 두고, 조용히 책을 펼쳐 읽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처음엔 불안했다.
“혹시 중요한 걸 놓치면 어떡하지?”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이런 시간을 쌓아가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화면 속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하는 일은 단순히 효율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을 존중하는 태도였다. 나는 더 이상 ‘바쁨’ 속에서 나의 가치를 찾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롭게 하루를 설계하고, 그 안에서 내가 진짜 몰입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때 비로소 성취감을 느낀다.
물론 쉽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연결되길 요구하고,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한다. 나 역시 그 흐름에 휩쓸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시간을 내 방식대로 꾸려나가는 용기가야말로 진짜 자유라는 것을.
가끔은 쓸쓸함이 스며들 때도 있다. 선택에는 늘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빠른 소식, 즉각적인 반응, 사람들의 환호 같은 것들을 나는 놓쳤다. 그러나 그 대신 얻은 것이 있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었다.
요즘은 흔히 디지털 노마드 시대라 말한다. 어디에서든 일하고,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세상. 겉보기엔 무한한 자유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자유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결국 질문은 하나였다.
“그 자유를 나는 어떻게 쓸 것인가?”
나의 답은 분명하다.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자리를 지키는 것. 그 속에서 내가 숨 쉬고, 내가 자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이 찾아낸 가장 값진 자유였다.
하루를 마치고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들면, 고요한 만족이 마음을 채운다.
“오늘도 나만의 하루를 잘 살아냈구나.”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다독인다.
이제는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내 삶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로 했다.
나는 이제 남들의 시선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조급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게, 내 속도대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비로소 안다. 나답게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성취이며 진정한 기쁨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히 아끼고, 성장과 휴식의 균형을 잃지 않겠다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다운 하루를 살겠다고.
언젠가 먼 훗날, 지금 이 고요하고 단단한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나만의 이야기가 될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분명,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내 걸음으로 걸어온 삶의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의 자리에서, 나의 숨결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