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놓인 것

오늘의 명언: 랄프 왈도 에머슨

by 이제은



우리 뒤에 놓인 것과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우리 안에 놓인 것에 비해 아주 사소한 문제이다
What lies behind us and what lies before us are tiny matters compared to what lies within us.- 랄프 왈도 에머슨


나는 첫눈에 반하듯 에머슨의 명언에 반해버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포인트 벽지 스티커를 구매해 내가 매일 볼 수 있는 곳, 바로 하얀 화장실 문 앞에 붙여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습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어느새 에머슨이 친구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5년 동안 하얀 화장실 문 앞에 붙여있던 에머슨의 명언


우리의 과거도 우리의 미래도 현재 우리 스스로를 단정 지을 수 없다. 비록 이미 일어난 일일지라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도 현재를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래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 주는 일이 아닐까?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우리 안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제대로 완벽히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 현실 속 하루하루는 마냥 기쁘고 좋은 일들로만 가득하지 않다. 때론 녹록하지 않다. 몸도 마음도. 고달픈 순간들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나날들도 있고 지나간 그 순간들이 떠올라 괴로운 나날들도 있다. 누구에게나 이런 날들이 있다.


나라서, 나이기 때문에, 나에게만 있는 날들이 아니다.
그저 그런 날들이 있는 것이다.
좋은 날들이 있듯이 고달픈 날들도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고달픈 날에는 이런 말도 아무 효력이 없다. 이성이 아닌 감정에 서서히 잠식된다. 의욕도 상실한다. 비 오는 날씨처럼 우중충해진다. 자존감도 빗방울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다시 에머슨의 말로 되돌아가 보자. 그는 말했다. "우리 뒤에 놓인 것과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우리 안에 놓인 것에 비해 아주 사소한 문제이다." 우리의 불완전한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 지금 현재가 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속에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다. 내가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바로 이 순간에도 나는 내 불완전한 과거를 딛고 내 불투명한 미래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내고 있다. 그 말은 즉, 우리의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현재의 내 안의 잠재력을 가장 잘 끌어낼 수 있을까? 에머슨은 말했다.


끊임없이 너를 다른 무엇인가로 만들려는 세상 속에서 네 스스로가 되는 것은 가장 큰 성취이다.
To be yourself in a world that is constantly trying to make you something else is the greatest accomplishment.


누군가 좋아해 주는 '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잊지 않아야 한다. 항상 우리들의 정박지는 우리 스스로가 되어야 하므로. 힘들고 고달픈 나날 속에서도 우리는 스스로를 믿어주어야 한다. 할 수 있다고, 해낼 수 있다고. 반드시.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알아주어야 한다. 스스로의 진가를. 아직 채 발휘하지 못한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고 포기하지 않고 알아주어야만 우리는 과거를 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소중히 간직한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이기를 읽으며 그들의 삶을 따라가면 언젠가 나도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었다. 많은 자기 계발서들을 읽으며 열심히 이것도 따라 해 보고 저것도 따라 해 보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분명 좋은 습관들이 생겨나고 영감도 많이 얻었다. 나는 분명 스스로를 '계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단순히 어떤 성공한 사람이 했기 때문에 나도 해야만 한다는 이상한 사고가 생겨났다. 그 행동이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내게 맞는 것인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좋을 것이다!' 단정 짓고 일단 따라 하기 급급했던 것 같다. 이런 경우 그 행동은 작심삼일은 아니어도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이내 방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맞는 것인지 모르겠어서 불안했다. 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야만 불안해하지 않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들을 몸소 겪어내며 나는 깨달았다. 성공한 누군가의 인생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그들이 걸어온 길을 본보기로 삼고 연구해서 나만의 성공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에머슨은 이미 알고 있었을까? 그는 말했다.


길이 이끄는 곳으로 가지 말고 길이 없는 곳으로 가서 발자국을 남겨라.
Do not go where the path may lead, go instead where there is no path and leave a trail.


아니. 사실 에머슨은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길이란 어떤 길일까? 내가 가야 하는 길.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은 과연 어떤 길일까.


아마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은 모두 다를 것이다. 각자 추구하는 삶을 이루어가는 과정도 다르고 속도도 다를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되고 싶어 하는 모습들도 다 제각각 다르듯이.




우리 안에 놓인 그 무엇이 이끄는 삶. 그것을 추구하는 삶. 나는 우리 안에 놓인 존재들은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삶이라는 거대한 바닷속에서 끊임없이 헤엄치며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존재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을 나누며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점점 더 성장한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단지 내 가족, 애인, 친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보다 더 많은 대상들이 있다. 세상에는 사랑할 수 있는 것들도 참 많고 우리에게 사랑을 주는 것들도 참 많다. 나에겐 자연이 가장 큰 사랑의 대상 중 하나이다. 아침에 뜨는 해,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 작고 푸르른 잎사귀들, 시원한 바람, 새들의 노랫소리. 마음속 깊이 그리워하는 것은 한없이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마음이 지치고 괴로울 때는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을 바라본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빛의 바다와 티 없이 맑은 하늘빛이 담긴 사진 한 장 속에서도 나는 느낄 수 있다. 그 바다를 함께 바라보았던 사람과의 추억 속에 잔잔히 밀려드는 그리움과 사랑의 존재를. 또 나는 느낄 수 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따뜻한 손길도.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나간 나의 과거와 감정들을 희미해져 버린다. 남는 것은 오로지 내가 사랑했던 기억들, 그 순간들뿐. 그 순간순간이 모여 나를 만들고 내가 걸어온 길을 만든다. 훗날 내가 뒤돌아 볼 수 있는 길을 만든다.


사진 한 장 속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추억이 담긴 나의 과거를 바라보며 현재의 나를 바라본다. 동시에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꿈꿔본다. 그러고 나면 나는 길이 없음에도 내가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마음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다짐해본다. 마음이 점점 단단해짐을 느낀다. 견고해짐을 느낀다. 이렇게 나는 또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문득 동생 J가 해주었던 말이 기억났다.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지금까지 견뎌내고 버텨온 것들에 자부심을 갖자.


나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믿어주어야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나아가 그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 진정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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