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우우웅
크우우웅
바람이
거세게 불어댄다.
창문이 흔들리고
벽이 흔들린다.
바람이 거세게
부딪힐 때마다
흔들린다
덜덜덜
덜덜덜
창문도
벽도
내 고막도
그보다 나를 더
심란하게 흔드는 것은
크르륵 크르륵
천장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
거센 바람이 부는 날엔
창문도 벽도
천장도
쉼 없이 소리를 낸다
크우우웅
덜덜덜
크르륵
그때마다 잠들었던
내 고막엔 지진이,
깜짝 놀란
심장은 팔딱팔딱
도대체 지금 옥상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거센 바람들이 힘없는 의자들로
힘겨루길 하는 걸까?
아니면
몸집이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아무도 모르게 살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 곤란한데....
지금 눈이 감기면 곤란한데...
다시 눈을 떠보니
커튼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거센 바람의 밤을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헤헤 웃음이 난다
크우우웅, 덜덜덜, 크르륵
밤사이 나의 고막과 심장을
떨게 만들었던 소리들은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내 마음도
더 이상 심란하지않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때로는 나를 두렵고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거센 바람의 소리도
창문과 벽과 천장의 소리도
아닌
내 마음속 말들의 소리
누군가 내게 했던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거센 바람들을 일으켜
내 마음을 흔든다.
사정없이.
그때마다 나는
저 창문과 벽처럼
덜덜덜 떨면서
저 천장의 정체불명 소리처럼
알 수 없는 희한한 생각들에
사로잡혀
많은 날들을
간신히 넘기곤 하진 않았는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커튼을 걷어 환한 아침햇살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밤사이 쌓인
눈곱들을 떼어내듯
내 마음에 쌓인
말들도 한 마디씩 떼어내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것.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더 이상 심란하지 않다.
왜냐면,
드디어 새로운 날이 밝았으니
내 마음에도
새로운 날이 밝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