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배웠습니다

by 이제은

한수 배웠습니다

내가 제일 똑똑한 줄 알았습니다

내가 다 안다고 자만했고요

나는 겸손하다 말하면서도

섣불리 남을 판단하고

정작 나 스스로는 과대평가했네요

그것도 너무 지나치게 말이지요

서른이니 철이 들었나 싶었는데

서른이라 아직 철이 덜 들었네요

아하하


목구멍 안쪽 깊이 쓰디쓴 이 맛

저 산 꼭대기만큼 높이 뛰어오른 마음

곧 날개 잃은 새처럼 바닥으로 철퍼덕

나는 언제 철이 들까요

철새들도 때를 알고 익숙한 곳을 떠나지요

미련 없이

나는 언제 배울까요

내게도 모두 때가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의 곁에는 지혜로운 이들이 있다는 것을

막차를 놓치고 주저앉아 포기하려던 나의

손을 따뜻이 붙잡고 일으켜 세워주는 이들이

나와 아직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울퉁불퉁 한 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이 세상 속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뿌리째 송두리 엎어지고

이리저리 흩어진 뿌리들이 흔적마저 남기지 않고

끝내 모조리 뿔뿔이 사라져 버리는 순간들이

지나가고 또 흘러 지나가고 남은 곳엔

노란 아기 민들레 꽃 하나 바람에 흩날리네요

하늘하늘 살랑살랑

내 마음도 하늘하늘 살랑살랑

아무리 넘어지고 다치고 주저앉고 쓰러져도

이 세상은 아직 괜찮다고, 살아볼 만하다고

나는 분명 괜찮아질 것이라고, 버틸 수 있다고

내게 저 작은 민들레가 온 힘을 다해 소리칩니다


나도 나 스스로에게, 당신에게

온 힘을 다해 소리칩니다

이 세상은 아직 괜찮다고, 살아볼 만하다고

당신은 분명 괜찮아질 것이라고, 버틸 수 있다고

그러니 함께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서서

우리 앞의 모든 것을 담대히 맞서 보자고요

모든 시련을 극복할 의지와 믿음은 우리 안에

모든 기회를 찾을 지혜와 용기도 우리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며

오늘도 두 손 불끈 힘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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