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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있어도 철학자는 없다

오늘의 책: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by 이제은


오늘 하루 명상은 월든과 함께합니다.
철학은 무엇인지 그리고 철학자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아보았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삶과 그 안의 철학들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그리고 내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난 후 내일은 어떤 철학을 실천하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 눈을 감고 떠올려보며 잠을 청해봅니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틀어놓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



"가난한 사람은 세상이 너무 차갑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을 사회적 냉기 못지않게 신체적 냉기 탓으로도 돌리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그냥 편안할 정도로 따뜻하게 사는 게 아니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덥게, 그야말로 요리될 정도로 뜨겁게 산다. 그것도 단지 유행을 좇느라 그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치품과 이른바 생활 편의품은 대부분 필수 불가결한 것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인류의 진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치품과 생활 편의품에 대해 말하자면, 역사상 현명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소박하고 궁핍한 생활을 했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그리스의 고대 철학자들은 외적으로는 누구보다도 가난했지만 내적으로는 누구보다도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오늘날에는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있어도 철학자는 없다. 하지만 한때는 철학을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존경받을 만했으니까, 철학을 가르치는 것도 존경할 일이기는 하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난해한 사상을 주장하거나 어떤 학파를 세우는 게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관용과 신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인생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위대한 학자와 사상가 들의 성공은 군주답거나 남자다운 성공이 아니라 흔히 궁정 신하 같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선조들이 그랬듯이 적당히 순응하면서 그럭저럭 살고 있을 뿐, 어떤 의미에서도 더 고귀한 인류의 조상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왜 타락하는 것일까? 가문의 대가 끊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민족의 힘을 약화시키고 파괴하는 사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 자신의 삶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철학자는 삶의 외적인 측면에서도 시대보다 앞서가는 사람이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처럼 먹거나 자거나 입거나 몸을 따뜻하게 하지 않는다. 철학자라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겠는가?


내가 지금까지 말한 방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원하게 될까? 같은 종류의 따뜻함, 예를 들면 더 풍부하고 기름진 음식, 더 크고 화려한 집, 더 고급스럽고 멋진 옷, 더 뜨겁고 오래 타는 불 따위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그런 것들을 손에 넣으면, 인간에게는 여분의 필수품을 손에 넣는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 즉 비천하고 힘든 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휴가가 시작된 지금,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을 보니 토양은 씨앗에 적합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 자신감을 가지고 싹을 위로 뻗쳐도 좋을 듯싶다. 그만큼 하늘로 높이 올라갈 수 없다면, 인간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땅에 그렇게 단단히 뿌리를 내렸겠는가? 고등식물은 땅에서 멀리 떨어진 공기와 햇빛 속에서 열매를 맺기 때문에 귀하게 여겨지고 시시한 채소처럼 취급당하지 않는다. 채소는 설령 2년생 식물이라도 뿌리가 완성될 때까지만 재배되고, 이런 목적을 위해 윗부분이 잘려버리기 때문에 꽃이 피는 계절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분간하지 못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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