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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확한 지표를 지향해야만 현명해질 수 있다

하루 명상 <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

by 이제은

오늘의 하루 명상은 월든과 함께 합니다. 소로는 소박하고 현명한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요. 오늘 내용은 저도 어려워서 몇 번씩 읽어보아 가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내용일수록 노력하여 이해한다면 얻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그럼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함께 읽어볼까요?





"모든 면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나라, 다시 말해서 철학자들로 이루어진 나라는 동물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큰 실수는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철학자들의 나라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가까운 장래에는 생겨날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그런 나라가 있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같으면 소와 말이 내가 할 일을 대신하도록 길들이기 위해 사육하지는 않겠다. 자칫하면 내 신세가 마부나 목동으로 전락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가 덕을 본다 하더라도, 한쪽의 이득이 다른 한쪽의 손실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마구간지기 아이가 주인처럼 만족할 이유가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어떤 공공사업이 이런 가축의 도움을 빌리지 않았다면 달성될 수 없었다고 하자. 또 사업이 완성된 영광을 소나 말과 나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혼자서는 그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해낼 수 없는 것일까? 사람이 가축의 힘을 빌려 불필요하게 예술적인 일만이 아니라 사치스럽고 낭비적인 일까지 하기 시작하면, 소가 할 일을 몇몇 사람이 떠맡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달리 말하면 몇몇 사람이 강한 자들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기 내부에 있는 짐승을 위해 일할 뿐만 아니라, 그런 생존 방식의 상징으로서 자기 외부에 있는 짐승을 위해서도 일하게 된다."



"내가 2년 동안의 경험에서 터득한 것은 이렇게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아주 적은 수고로 필요한 식량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람이 동물처럼 소박한 식사를 해도 체력과 건강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옥수수밭에서 캐낸 쇠비름을 데쳐서 소금으로 무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평화로운 시절의 평일 점심때 갓 딴 옥수수를 삶아 소금을 쳐서 먹는 것 말고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내가 식단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은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 식욕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종종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는 것은 필요한 양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치성 식품을 탐내기 때문이다."



"가구, 즉 껍데기를 벗어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는가?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갈 때도, 저승에 가면 새로운 가구가 갖추어져 있을 테니 이승의 것들은 다 태워버려야 하지 않을까? 가구를 끌고 다니는 것은 이 모든 덫을 허리띠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다. 숙명처럼 걸어가야 할 거친 땅을 그렇게 힘들게 가야 하는 것이다. 덫에 걸린 꼬리를 잘라내고 달아난 여우가 차라리 운 좋은 녀석이다. 사향쥐는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서라면 세 번째 다리라도 물어뜯는다고 한다."



"우리 인간이 융통성을 잃어버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얼마나 자주 궁지에 빠지는가! “실례지만, 궁지에 빠진다는 게 무슨 뜻이죠?” 당신이 천리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가 소유한 모든 것, 아니 그가 제 것이 아닌 척하는 많은 것이 그 사람 뒤의 수레에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수레에는 심지어 부엌 가구와 겉만 번드르르한 값싸고 하찮은 물건들도 있다. 그는 그런 하찮은 잡동사니를 아끼고, 절대 불태우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 짐에 묶인 채 앞으로 나아가려고 기를 쓴다. 그는 옹이구멍이나 출입문을 빠져나가지만, 짐이 잔뜩 실린 수레는 그의 뒤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바로 궁지에 빠진 사람인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소박하고 현명하게 산다면 이 땅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일은 고생이 아니라 오락이라고, 나는 신념과 경험으로 확신한다. 소박한 민족에게는 일상적인 노동이 인위적인 생활을 하는 민족에게는 기분전환과 같을 것이다. 나보다 더 쉽게 땀을 흘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이마에 땀을 흘려서 생계를 꾸려나갈 필요는 없다."



"나는 누군가가 나 같은 생활방식을 택하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그가 그 생활방식을 완전히 익히기도 전에 내가 다른 생활방식을 찾아낼지도 모르고, 나는 세상 사람들이 되도록 다양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각자가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이웃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말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찾아내어 그 길을 따라가기를 바란다. 그 젊은이는 건물을 짓거나 나무를 심거나 항해를 떠날 수도 있지만, 하고 싶다는 일을 못하게 방해하지는 말자. 뱃사람이나 도망 노예가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가늠하듯이, 우리는 정확한 지표를 지향해야만 현명해질 수 있다. 그 지표는 평생 동안 우리의 길잡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정해진 기간 안에 항구에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올바른 항로에서 벗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 명상에서 소로는 소박하고 현명한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달리 말하면 몇몇 사람이 강한 자들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자기 내부에 있는 짐승을 위해 일할 뿐만 아니라, 그런 생존 방식의 상징으로서 자기 외부에 있는 짐승을 위해서도 일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가축들의 노동력과 그 이용 여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뒷부분에서는 인간 내부와 외부에 있는 '짐승'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과연 소로가 가리킨 짐승은 무엇일까요? 사치스럽고 낭비적인 일을 지향하는 모습들을 가리켜 짐승이라고 표현한 것일까요? 내 안에도 그런 모습들이 있는지 또한 나는 그런 모습들을 지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저도 모르게 무의식 적으로 자칫 사치스럽고 낭비적은 일이 우월하고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더 크고 더 많이, 더 화려한 것이 낫다는 생각들, 바로 그 생각들이 소로가 가리킨 짐승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음으로 소로는 소박한 식사를 통해 체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무조건 비싸고 귀한 재료들로 만든 음식이 아니어도 영양소가 잘 갖춰진 소박하고 정갈한 식단으로도 충분히 맛있고 건강하게 챙겨 먹을 수 있지요. 무엇을 먹던지 똑똑하고 현명하게 챙겨 먹으면 그것이 바로 잘 먹는 것이 아닐까요?


식사에 이어 소로는 가구를 가리켜 껍데기와 덫이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매달고 다니는 물건들, 또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제 것이 아닌 척하는 많은 것" 들은 아마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소유한 많은 것들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떠올랐습니다. 삶을 단순하고 최소한으로 살아가며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나 습관, 그리고 생각들도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는 것이지요.


그는 또한 우리가 소박하고 현명하게 산다면 생계 즉 일상적인 노동은 오락 혹은 기분전환이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소로와 완벽히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갚아야 할 학생 대출금과 당장 생활 유지비를 생각하면 아직 저에겐 생계 혹 직업은 버티고 또 버텨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어렵고 힘들어서 버틴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갖고 있는 직업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여러모로 작은 불평, 불만들은 있겠지만요. 소로가 말하는 소박하고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제가 아직 생각하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진정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여 마침내 그 일을 하면서 소박하고 현명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로는 세상 사람들이 되도록 다양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찾아내어 정확한 지표를 지향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부분에서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허두영의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 이 떠올랐습니다. 작가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의 하루를 루틴화 시키는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진정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서 선택과 고민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지요.


왠지 소로가 지금 2021년에 존재한다면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이나 루틴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월든을 읽고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소박하고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바라며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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