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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히 살아있다

하루 명상-헤르만 헤세

by 이제은


"죽은 사람은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좋아하는 음악, 벽에 걸고픈 멋진 그림, 절로 읊을 정도로 외운 시, 몇 번이나 반복해 읽은 책, 또 이 집, 매일 수십 번씩 쳐다보는 시계, 눈에 익은 풍경인 다리와 탑, 내 신념에 영향을 준 철학과 사상, 온갖 이야기들……. 이 모든 게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됐지만 어느 것 하나 지난 세기에 죽은 이의 것이 아닌 게 없다.

나는 죽은 이들과 가장 친밀히 오늘을 살고, 그들은 내 삶을 만들며, 그들에게 에워싸여 배우고 길러지면서, 칭찬받고 용기를 얻는다.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여기에 생생히 살아 있다. 현재의 세계를 나와 함께 만들고 있다."



서간 (1955) - < 헤세를 읽는 아침 : 지혜로운 삶을 위한 깨달음, 헤르만 헤세 저, 시라토리 하루히코 편역, 박선형 역 > 중에서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사라지는 것일까?

지금껏 나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져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는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내 전에도 그리고 내 후에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더 큰 세계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 또한 더 큰 세계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존재하다 사라진다.

하루를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지금 여기에 생생히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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