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는 밤에 빛을 내며 생각한다. '나는 정말 밝아. 정말 대단해! 내가 온 하늘을 밝히고 있어!' 그러나 낮이 되면 반딧불이가 아무리 밝은 빛을 낸다 한들 보이지 않거나 약한 빛을 낼 뿐이고, 반딧불이는 자신이 하찮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자존심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내가 특별하고 강력하고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라는 맥락에서 보면 나는 작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진정한 겸손을 찾으려면 반딧불이처럼 태양이 있을 때 나 자신을 보아야 한다. 그러면 분명한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많은 순간 저 반딧불이와 같은 마음으로 내 자존심을 내세우기 바빴었다.
내가 얼마나 특별하고 강력하고 중요한 존재인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결과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들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 그 일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하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왜 그랬던 것일까?
분명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기쁜 마음이었는데 어째서 그 마음이 단지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세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마는 것일까?
나는 그 원인을 알기 위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자존심을 바라보았다. 나의 자존심은 마치 고무풍선처럼 터질 듯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가도 이내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처럼 말라비틀어졌다. 반복되는 그 변화를 보고 있자니 희한했다. 도대체 자존심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 것일까? 내가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남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들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
그동안 나는 어떤 태도로 그 시선들을 받아들였는지 생각해보았다.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감정적이지는 않았던가?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해석하지는 않았던가? 또한 나는 그와 같은 태도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지는 않았던가?
자존심은 분명 내 안에 존재하는데 희한하게도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으며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자존심 또한 나를 다른 이들과 연결해주는 여러 줄들 중 하나인 것일까?
자존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나는 겸손함을 맞아들일 준비가 된다. 지금껏 내가 이루어낸 모든 일들이 결코 내가 잘나고 능력이 출중해서 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내가 지금 이곳에 있기까지 나를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과 도움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을 담담히 마주하며 연민의 마음으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고무풍선 같은 내 자존심도,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같은 내 자존심도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이 나로 가득 차 아무것도 발 디딜 곳이 없다 느껴질 때 나는 산책을 나간다. 차갑고 신선한 공기를 맞닥 드리는 순간 깊고 천천히 호흡을 해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방금 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달달하고 시원한 공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눈도 더 잘 보이게 되고 귀도 더 잘 들리게 된다. 나를 감싼 세상의 자연을 더 잘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하늘, 태양, 바람, 나무, 별, 구름, 그리고 달, 그 모두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나는 한없이 겸손해진다.
"진정한 겸손을 찾으려면 반딧불이처럼 태양이 있을 때 나 자신을 보아야 한다. 그러면 분명한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바쁜 하루 중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나를 둘러싼 자연을 보고 듣고 느껴보자. 그리고 내 마음속에 피어나는 겸손함과 감사함을 통해 분명한 나 자신과의 만남을 가져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