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뭔가 좋은 것을 진정으로 해주고 싶어 하고, 그게 그들에게 어떻게 이로울지 생각하면서, 그 이로움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페마 초드론( 마음 전문가, 작가) 은 이렇게 조언한다.
나 자신에게 더 친절해져라. 그리고 그 친절이 넘쳐서 세상을 적시게 하라.
매일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우리는 그들이 친절하고, 인정 많고, 나에게 더 베풀기를 바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런 자질을 우리 삶에 가져오는 최선의 방법은 나 스스로 그런 자질을 키우는 것이다."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제이 셰티>
친절이란 태도가 상냥하고 부드러운 것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상냥하고 부드러운 태도만이 친절일까? 나는 친절의 좀 더 깊은 의미를 알고 싶어졌다.
"친절은 '옳은 의도'를 갖고 행해야 하는데, 그 옳은 의도란 바로 '무의도'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친절은 예절의 하나이므로 자기를 낮추고 겸손해져야 가능한 것이다." - 나무 위키
무의도를 갖는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푼 다음 나의 행동에 대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처럼 그 일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내 마음은 같아야 한다. 마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야 한다. 누군가 알아봐 주고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그 일을 행함 그 자체에서 나는 이미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느껴야 한다.
많은 경우 좋은 의도로 무언가를 베풀고 난 뒤 도리어 섭섭하고 후회한 적이 있다. 대부분 내가 베푼 것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돌려받지 못함에서 오는 실망감 때문이었다. 제이 셰티의 말처럼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다른 사람들이 내게 친절하고 더 많이 베풀기를 원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친절을 베풀 때에는 항상 어떠한 대가를 기대했다. 물질적인 보상, 인정, 혹은 칭찬 등을 받기를 원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껏 나는 내 마음에서 친절이 우러나와서 친절을 베풀었던가? 진정 누군가에게 이로움을 주고자 행동했었던가? 오직 그 사람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었는가? 또한 나는 그동안 스스로에게 관대하였는가? 나 스스로를 이해심을 가지고 너그럽게 바라보았는가? 용서가 필요할 때 스스로를 용서해주었는가?
나는 눈을 감고 용서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곧 내 마음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아주 선명히 기억나는 과거의 어떤 순간이었다.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부끄러움, 분노, 그리고 슬픔에 잠식되어 스스로를 더 괴롭게 했다. 스스로를 반복적으로 탓하며 마치 그 일이 내가 무엇인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누구든 탓할 상대를 찾았고 항상 그렇듯 가장 쉬운 상대는 나 스스로였다. 아... 나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그렇게 스스로를 아프게 해 왔으며 동시에 외면해왔었던가?
나는 과거의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전과는 다른 차분한 눈길로 나 스스로를 바라보았다. 습관처럼 가슴 깊이 솟구쳐 올라오는 감정들이 나를 훑고 지나간 뒤 마음이 한층 가라앉음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아까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을 차례대로 떠올려보았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에게 관대하였는가? 나 스스로를 이해심을 가지고 너그럽게 바라보았는가? 용서가 필요할 때 스스로를 용서해주었는가?'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나 자신에게 친절하지 못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한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내가 나 스스로를 관대하게, 너그럽게, 이해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리고 용서가 필요할 때에는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누군가에게 같은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준비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 스스로를 돕고 이롭게 하고자 하려는 마음. 그리고 내가 나 스스로를 인자롭게 바라보려는 마음. 그 마음들이 한데 모여 내가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마침내 용서해주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모든 변화는 내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페마 초드론의 말처럼 내 안에서 무엇인가 넘쳐흐르며 나를 감싼 나의 세상을 함께 적셨다. 그것은 바로 친절이었다. 친절은 나를 온전히 적시며 내게 그것의 가치와 위대함을 일깨워주었다. 내가 나 스스로를 용서해줌으로써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가두어놓았던 비좁은 골방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은 봄날 눈부신 햇살처럼 이토록 따뜻하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느꼈다. 순간 마음이 벅차오르며 나는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하고 싶어졌다. 이 자유로움을, 해방의 기쁨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졌다.
한껏 신이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지금 내가 느꼈던 이 기쁨 또한 분명 지나갈 것이었다. 이 기쁨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감사함이었다. 기쁨을 기쁨 그대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고 그동안 내가 받은 모든 친절들을 떠올리며 또다시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누군가 내게 아무 대가 없이 친절을 베푼 것처럼 나 또한 또 다른 이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친절을 베풀며 함께 세상을 밝혀나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은 분명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한결 더 따듯해질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더 밝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목적이 아닐까?
오늘은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듬뿍 담아 마음을 전달하며 하루를 기쁘게 보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