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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듣는다는 것은

하루 명상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제이 셰티>

by 이제은


"의도적으로 듣는다는 것은 말 뒤에 숨은 감정을 찾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고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항에 덧붙이고 이 사람이 한 말을 기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관련이 있는 이야기에 계속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신뢰 분위기를 조성해 상대가 안전하고 환영받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뜻도 된다."

-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제이 셰티> 중에서

도자처럼 생각하기- 제이



제이 셰티의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를 읽으며 깊게 생각하는 시간들을 가져볼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졌으며 그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겉에서 아주 조금밖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여러 번 반복할수록 전보다 더 깊게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면 깊숙이에 존재하는 나의 무의식과 마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날것의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부족한 부분들을 부인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는 일은 특히나 힘들고 괴로운 부분이었다.


생각만큼 쉽게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참 이상했다. 내 머릿속에서 나는 굉장히 유연한 사람이었다. 또한 매우 침착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다 내 생각들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내게 "너는 황소고집이야"라고 웃으며 말했을 때 그것은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으리라. 그들이 "너는 주관이 굉장히 뚜렷해"라고 말했을 때에도 그것은 분명 칭찬만이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그때에 나는 그 말들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으며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껏 나는 누군가 내게 조언들을 해줄 때마다 마치 큰 주사를 맞은 듯 따끔함을 느끼곤 했다. 상대방이 분명 좋은 의도로 해준 조언임을 알면서도 내심 서운하거나 얄미웠던 적도 많았다. 그 조언들을 인정하는 순간 내 자존심에 상처가 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 나를 위해 해주는 조언에도 나는 곧잘 자존심을 내세우며 감정적이 되었다. 그런 내가 과연 나 스스로의 부족한 점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을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또 다른 질문을 했다. 나의 듣기 자세는 어떠한가? 과연 나는 잘 듣는 사람 (good listener) 인가?


그동안 나는 의도적으로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치과의사로서 환자들을 대하며 나름 쌓은 내공들을 이용해 상대방의 이야기 속에서 숨은 감정을 찾고 더 잘 이해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나의 착각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이미 잘 알고 또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었다. 나는 이미 최선을 다해서 잘하고 있으며 상대방도 분명 "안전하고 환영받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라고 나는 추측했다. 또한 내가 이미 상대방에 대해 다 잘 알고 있으며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다. 나의 자만은 정작 내가 나 스스로를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게 내 시야를 가려버렸다. 그리고 나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으로 다른 누군가를 함부로 평가하고 단정 지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했다. 자만으로 가려진 내 시야를 먼저 말끔히 닦아내야 했다. 마음의 창문을 닦듯이 깨끗이 닦아내야 했다. 남을 바라보기 전에 나를 먼저 바라보아야 했다. 남이 내게 하는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내가 나 스스로에게 먼저 제대로 된 말을 해주어야 했다. 내 무의식 속에 꽁꽁 숨겨진 나의 숨은 감정들이 밖으로 나와도 안전하다고 느끼게끔 내가 나 스스로에게 신뢰를 주어야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짧으면 짧게 길게면 길게 하루 명상을 실천하며 나는 명상이 내게 나름대로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을 메모해놓고 하루 이틀 정도 틈틈이 명상을 했다. 예전의 나는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바로 글로 적고는 후다닥 발행 버튼을 누르곤 했다. 는 마음이 참 급했었다. 글도 영감이 떠오를 때 빨리 써야 되고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브런치에 빨리 발행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상을 하면서 서둘러 달려 나가려는 마음을 조금은 달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시간이 조금 걸려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당장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부족함은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은 인정함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또한 배웠다.



Photo by Melissa Askew on Unsplash

내가 나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들어주어야 한다. 내면의 흐르는 에너지를 평화롭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면 나는 한결 자유로워질 것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오직 우리 자신만이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다. 세상 모든 물질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에서 오는 집착과 걱정, 불안과 근심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 매 순간 깨어 있기는 힘들겠지만 하루 한 번이라도 짧은 명상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와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우고 나를 되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실수한 부분을 반성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하루 명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다. 앞으로도 나는 명상으로 얻은 깨달음을 실천하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을 더 기쁘고 충만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그래서 내 안에서 시작된 변화가 내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넘쳐흘러 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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