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은 Mar 29. 2021

관계란


관계란 무엇일까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아도 선명히 존재하는 

때론 원한다고 멈추고 자르고 할 수 없는 

돌돌 말려 엉키고 설킨 실타래 같은 것

너와 나의 경계 사이의 모호해지는 셀 수 없는 많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실타래들 속에서 

길을 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살아가는 이 큰 세상 속에서

내가 속한 작은 세상들이, 그 안의 관계들이

나를 때론 기쁘게, 때론 슬프게, 때론 아프게 한다.

가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외로워서

아무도 없는 벽장 속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차갑고 검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부둥켜안고 흐느끼고 소리친다

과연 나는 언제쯤 이곳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을까. 하고


그렇게 홀로 어둠 속에서 지독한 시간을 보낸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립다. 그 작은 세상들이.

나 또한 아픈 만큼 상대방도 괴롭고 또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내가 겪은 이 큰 슬픔과 아픔들 아래로 엉키고 설킨 실타래들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 슬픔과 아픔들이 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손을 뻗어 그 실타래들을 만져본다

그 안에는 기쁨도, 행복도,  웃음도 존재한다. 슬픔과 아픔과 함께.


나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픔과 괴로움이 존재하는 이유를, 그리고 그것들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나에겐 관계란, 내게 겪지 않아도 될 아픔과 괴로움을 줄 수 있는 경계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선을 그을 수 있는 명확환 관계들이 편했고 좋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은 관계의 시작임으로 언제나 한 발짝 물러나 선을 그었다

그리고 가끔 누군가 그 선안으로 들어오게 될까 봐 나는 도망치고 밀어내기를 반복했다

혹시나, 혹여나.

그렇게 도망치고 밀어낸 관계들이 문득 어느 밤 떠오를 때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더 강력히 말했다

나를 지켜야 한다고. 아픔과 슬픔들에게서. 괴로움과 외로움에게서.


나는 눈을 감고 간절히 바라왔었다

오로지 기쁨과 행복, 웃음만 가득한 세상 속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달라고.

더 이상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따뜻한 세상에서.

하지만 이 무수히 많은 실타래들이 나에게 소리친다

아픔과 슬픔 또한, 기쁨과 행복, 그리고 웃음과 뒤엉켜있는 것이라고.

그 어느 것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내 마음을 열어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작은 자리를 내어주어도 괜찮다고.

혼자가 아닌 함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그게 아무지 작은 세상일지라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로콜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