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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Jun 06. 2022

불확실성에 직면할 용기

하루 명상: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통제 욕구를 내려놓고 당면한 상황을 의식하려면 불확실성에 직면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상당히 벅찬 일입니다. 인간은 본래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합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충동이지요. 앞날을 알 수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불안을 느끼면서 행동 또한 경직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엄청난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면서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척합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과 예상에 집착하고 필사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고대하지요. 물론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삶을 미리 계획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과 그 계획이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지, 계획 자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이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틈새 없이 계획만 잘 세워놓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잘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열심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철저히 계획을 세워놓았을 때에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나는 더 실망하고 속상했다. 그런 날들은 잠도 잘 오질 않았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아래 질문을 되풀이했다.


‘내가 무얼 놓쳐서 이렇게 계획대로 안된 것일까?’


나는 마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이유가 내가 모르는 무엇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 탓하였다. 이미 속이 상한 마음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화는 나 자신을 향했다.


‘다음번에는 절대로 똑같이 하지 말아야지.’


나는 그렇게 하나 둘 갖게 된 내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들이 절대로 옳다고 믿었다. 내가 직접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들인데 어떻게 틀릴 수가 있을까? 나는 오직 이 방식대로 해야만 불확실한 미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Photo by Jack Ward from Unsplash



그렇게 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살아왔다. 밤이 되면 어둠과 함께 어김없이 스며들어오는 불안함을 다스리기 위해 촛불을 켜놓고 눈을 감았다. 어둠을 몰아내는 저 촛불의 환한 빛이 내 안에 있는 계획에 대한 집착과 필사적으로 고대하는 마음도 함께 몰아내 주길 바랐다.


명상은 내 마음에 순간순간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만 하는 짧은 명상들이 주는 평온은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래가지 않았다. 밀려오는 불안을 외면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은 티비를 보는 것이었다. 몇 시간이고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은 빠르고 쉽게 잊혔다. 적어도 보는 동안에는 그러했다.


안타깝게도 티비를 끄는 동시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고 그때마다 사라진 것 같았던 불안은 더 선명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나는 다시 머릿속으로 전보다 더 견고한 계획을 세우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분명 계획대로 다 잘 될 거야. 그래야만 해.’


그렇게 반복되는 삶을 살던 내게 비욘 나티코의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매우 큰 전환점을 선물해주었다. 그동안 내가 항상 옳다고 굳게 믿어왔던 내게 저자의 겸허함은 크나큰 깨달음을 주었다. 누구나 틀릴 수도 있으며 틀려도 괜찮다는 위로를 주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함을 알려주었다.




Photo by Marek Piwnicki from Unsplash



어떻게 하면 삶이 펼쳐지는 데 잘 대응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미래의 계획과 통제와 조직에 덜 신경 쓰고 현재에 더 충실하면 됩니다. 완전한 몰입에 빠졌을 때의 기분을 아실 겁니다. 기민하게 주의를 집중하게 되지요. 알아차림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순간에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은 닥치지도 않은 온갖 일에 대응할 방법을 궁리하면서, 혹시나 잘못될지도 모를 상황을 미리 숙고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갈지를 끊임없이 걱정하지도 않지요.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현재에 충실히 대응합니다. 더 현명한 방법이지요.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지금껏 나는 틀린다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옳아야 맞는 것이었기 때문에 매사에 옳기 위해 노력했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틀리지 않기 위해 계획이 필사적으로 그렇게 되길 고대했다. 돌이켜보니 모든 노력은 틀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꽉 막힌 사고방식으로 살아왔던 내게 저자 나티코의 “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한마디는 지금껏 그 누구의 조언보다 말 그대로 뼈 때리는 조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일부러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읽었다. 읽는 내내 몸에 좋은 쓴 약을 먹는 기분이었다.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며 나의 작은 세상에서 한 발짝 나올 수 있게끔 된 상쾌한 기분이었다.



Photo by Sacha Verheij from Unsplash



나티코의 말대로 열린 마음으로 현재에 충실히 대응하는 삶엔 지금보다 불안이 덜 있지 않을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살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나는 오늘 지금 당장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몰입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라는 사람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순간은 바로 이 몰입의 순간일 테니.



우리가 모두 진한 잉크 대신 흐릿한 연필로 일정표와 계획표를 쓴다고 상상해봅시다. 앞으로 벌어질 거라고 우리가 기록하거나 생각한 일이 실제론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늘 염두에 두며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면 어떤 삶이 시작될까요?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나도 틀릴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모든 일들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때론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Photo by Manuel Meurisse from Unsplash



오늘 하루 우리 모두 불확실성에 직면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나는 응원한다. 그리고 현재에 더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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