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옆모습

by 이제은

어제처럼 나는 네 옆에 앉아 너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난데없이 떠오른 나의 엉뚱하면서도 난해하고 조금은 철학적이기도 한 질문에 진지한 얼굴로 조곤조곤 얘기하는 너의 옆모습을. 앞모습만큼 익숙하진 않아 살짝 낯선 너의 옆모습은 즐겁고 재미있는 발견들로 가득하다. 가장 먼저 구레나룻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점 하나가 네가 말하려고 입을 열 때마다 너의 턱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생명을 갖고 살아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점의 움직임을 숨을 죽인 체 바라본다. 그리고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내 질문에 열심히 대답하는 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점에 가까이 다가가 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그러다가 한없이 진지한 너의 목소리에 금방이라도 점에 닿을 듯했던 손가락은 얼른 제자리고 돌아온다. 너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네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연덕스럽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서둘러 대답한다.


너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하던 이야기를 다시 하기 시작하고 나는 다시 너의 옆모습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섬세하고 아기자기까지 한 너의 귀가 눈에 들어온다. 견고하고 우아하게 빚어진 귓바퀴와 통통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귓볼의 조합은 어느 예술작품 못지않게 경이롭다. 과연 이런 멋진 귀를 두 개나 가진 너는 이 세상 속의 어떤 소리들을 듣고 살아왔는지 궁금하다. 분명 모든 소리가 예쁜 새소리나 시원한 파도 소리나 맑은 종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너의 두 귀처럼 견고하고 우아하게 때론 통통하고 부드럽게 세상의 소리들을 받아들이고 또 흘러 내 보냈을 것이다.


너는 또다시 깊은 관찰에 빠져 고요한 나를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심상치 않은 너의 눈초리에 이번에 나는 괜히 멋쩍은 미소를 크게 지어 보이며 은근슬쩍 넘어가 보려 한다. 과연 이번에도 성공이다. 너는 아무 의심 없이 고개를 돌린다. 순간 한껏 올라갔던 눈썹도 내려와 눈동자 위에서 균형을 찾는다 살짝 팽창했던 콧볼도 휴식을 취하는 듯 미동이 없다. 나는 그저 네 옆모습을 바라만 보면서도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밌어서 혼자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고달팠던 하루의 무거움들이 웃음소리를 타고 내 안에서 모두 빠져나간다. 알라딘의 마법 양탄자에 올라탄 듯 몸과 마음이 놀랄 정도로 가볍다.


아, 너는 알고 있을까? 너의 옆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내게 얼마나 큰 기쁨과 행복을 주는지! 나는 이 글을 쓰며 또다시 멋진 마법 양탄자에 올라타 저 높은 밤하늘 날고 또 날아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