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났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낯선 세상의 햇살의 온도,
파도의 소리,
바람의 냄새,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얼굴들
일상 속에 있어야 할 나는
이 낯선 곳 한가운데 서서
내 안에 알 수 없는 그리움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늘을 온통 붉은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저 노을처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낯선 곳으로 떠나온 이유를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찾기를 바랐을까
한참을 걷다 보니 신기하게도
이 낯선 세상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햇살이 피부에 닿는 감촉,
귓가에 속삭이는 파도의 노래,
코끝을 간지럽히는 바람의 손길,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엔 반가운 미소가 번졌다
그들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나왔는데 어느새 나도 이곳의 일부가 되었다
저 태양도, 파도도, 바람도, 사람들도 모두
나의 일부기 되었듯이 나 또한 그들의 일부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껏 나는
오직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온 게 아니었을까
항상 그리고 매 순간 그리워했던 것 같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일치되는 이 소중한 감정을
나 혼자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상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들과 섞이고 합쳐져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그 탄생은 내 안을
뜨거운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채웠다
내 메말랐던 삶을
오랫동안 촉촉이 적셔주었다
한 군데도 빠짐없이
나는 이제 내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왜냐면 나는 이곳의 일부가 되었고
내 안에 이곳의 일부를 담아서
나와 함께 가져가기 때문이다
누구도 내게서 가져가지 못하는
아주 소중한 경험,
언제든 내가 원할 때마다
되돌아갈 수 있는 곳,
그렇게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나서
모두가 되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