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은 Aug 28. 2023

놀이터

자작시

우연히 놀이터를 지나가다가 내 허리쯤 오는

아이들이 참새들처럼 재잘거리며 잠시도 쉬지 않고

참 열심히 노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가 밀어주는 그네를 타는 유아들,

아빠의 손을 잡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 꼬마,

소리를 지르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아이,

집에 가기 싫다고 눈물을 흘리며 우는 아이,

삽을 들고 앉아서 친구들과 땅을 관찰하는 어린이들,

머리를 맞대고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상의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빛나는 눈동자들.


그래,

언젠가 나도 엄마가 밀어주던 그네를 탔었고

아빠의 손을 잡고 계단들을 올랐으며

소리를 지르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고

집에 가기 싫다고 눈물을 흘렸으며

친구들과 호기심의 대상을 관찰했으며

친구들과 함께 놀이에 대해 진지하게 상의했었었지.


서른이 넘은 나는 놀이터 앞에 멈추어 서서

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린 시절 나에겐 모든 것이 놀이였다.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고 배움이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컸고

안전한 집보다는 놀이터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지금의 나에겐 모든 것이 도전이고

모든 것이 새로운 문제이자 극복해야 할 시련이며

호기심보다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놀이터보다는 안전한 집을 선호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한참 동안 발길을 떼지 못한 채

놀이터 안에서 온몸과 힘을 다해서 열심히 노는

아이들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기억해야지.

한때는 내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음을.

내게도 순수하게 기뻐하고

단순하게 좋아하고

솔직하게 울고 웃으며

오로지 현재에 충실히 살았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