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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Aug 29. 2023

여름밤, 안젤라

자작시

여름밤 벤치에 앉아있으니

모기가 반갑게 인사했다.

북적거릴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이곳엔 나밖에 없고

내 땀냄새도 비교적 매력적인 것 같으니

안면이나 트자며 벤치 옆에 앉았다.

평소엔 모기에 하나도 물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5분도 안 돼서 다섯 방이나 물렸다.

모기가 매우 허기졌었는지

반갑다는 인사 치고는 태도가 매우 괘씸했다.

가려운 팔과 다리를 긁어대자

하얀 피부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하지만 정말 벌겋게 부어오른 것은

팔도 다리도 아닌 내 마음이었다.

속상함 한방

억울함 한방

분노 한방

슬픔 한방

아픔 한방

모기에 물린 데에는 약을 바르면 낫지만

괴로운 마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적어도 모기는 아닌 듯하여

서둘러 벤치를 떠나며 모기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는 비록 너의 인사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것이 너의 표현방식인 것을 안다.

마치 우리 누구나 다 표현방식이 제각각인 듯이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너무 속상해하지도 말고

너무 괴로워하지도 말고

그저 그려려니 이해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가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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