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벌 한 마리가 내게 다가왔다
투명한 날개로 윙윙 소리를 내며.
벌은 내 분홍 옷소매 위를 춤추듯 맴돌다
뒤늦게 그것이 꽃이 아닌 것을 알아챈 듯
한동안 방황하며 천천히 윙윙 거리더니
이번엔 내 하얀 신발 위를 다시 춤추듯 맴돌았다.
작은 노란 벌의 현란한 춤 속에서
나는 네가 삶의 기쁨으로
한 송이 꽃이 되어 피어나는 것을 보았고
네가 삶의 허무로
길을 잃고 방황하며 슬퍼하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기쁨도 허무도 모두 한 순간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너는 진짜 꽃을 찾을 것이니
이 작은 벌처럼 모든 경험들 속을 춤추며 날며
희망을 갖고 매일 살아가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