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느 8월의 여름
공원에는 손을 잡고 즐겁게 산책하는
어린아이들과 부모님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간만의 화창한 날씨를 즐긴다.
나도 비가 오고 난 뒤 한층 더 깨끗해진
공원을 걸으며 주위를 바라본다.
쏟아지는 따스한 햇빛,
바람에 실려오는 흙 내음,
새들의 지저귐,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어느새 나는 회색 계단 앞에 서있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오르며
마음속으로 놓아주는 연습을 해본다.
나의 과거. 그 안의 감정들
실수. 실망. 죄책감. 창피함.
상처. 속상함. 슬픔. 괴로움.
되돌리고 싶은 나의 과거를 놓아준다.
그 감정들도 함께 놓아준다.
기쁘고 신나고 또 즐거웠던 기억들도
함께 놓아준다.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듯이.
이번엔 나의 미래와 그 안의 감정들을 바라본다.
불안. 걱정. 두려움.
기대. 긴장. 경직.
마치 가득 찬 주전자의 물을 천천히 따라내듯이
마음속의 생각들을 비워낸다.
과거의 나는 사라지고
미래의 나도 사라진다.
오직 현재의 나만 남는다.
나를 지배하는 내 생각들을 놓아주며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오른다.
놓아주고 또 놓아주고.
마침내 정상에 가까워지자 눈부신 하얀빛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그러자 그곳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있다.
기쁘게 미소 지은 환한 얼굴들로
내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립고 익숙한 그 얼굴들은 내 가족과 친구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 주는 이들.
소중한 이들이 이토록 많았다니…
나는 그제야 깨닫는다
삶은 놓아주고 깨닫는 것의 연속임을.
비워내고 채우는 것의 연속임을.
생각은 비워내고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그게 바로 삶인 것을 깨닫는다.
나는 힘든 것도 다 잊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을
한 명 한 명 오랫동안 안아주었다.
가슴과 가슴이 닿고 볼과 볼이 닿는 순간
강렬하고 따스한 에너지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시간과 공간이 무의미해지고
이곳엔 그저 넘치는 사랑만이 가득 흐르고 있다.
그들이 나를 보며 아주 환하게 웃는다.
나도 함께 웃는다.
마음으로 크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눈을 뜬다.
그곳엔 찬란한 햇빛이 나를 반기고
익숙하고 반가운 새소리와 바람,
그리고 나무와 꽃들이 나를 반긴다.
나는 느낀다.
내 안의 강렬하고 따뜻한 그 에너지를.
잊을 수 없는 그 황홀한 사랑을.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으로 크게 미소 짓는다.
이 사랑은 언제나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잔 브람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