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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은 Nov 28. 2023

자작시- 깊은 사랑과 깊은 상처

누군가 내게 물었다

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

그 누군가를 깊이 상처 입히는 것과

같아야만 하는지


깊은 상처는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고

내 편 하나 없는 세상의

겨울밤 눈밭을 맨발로 걷는 일


깊은 상처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부서지고 부서진 마음을

사막의 모래알들처럼 홀로 주워 담는 일


깊은 상처는

사랑하는 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심장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찢고 또 찢는 것을 바라보는 일


깊은 사랑은 왜 사랑으로만 남지 않고

깊은 상처가 되어버리는 것일까?

그리고 깊은 상처는

왜 다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오는 것일까?


마음을 내어준 것이 잘못이었을까

믿어버린 것이 잘못이었을까

수많은 잘못들이 가슴 깊숙이 박혀있다


머리카락 한올, 눈썹 한가닥 뽑는 것도 아픈데

하물면 마음속 잘못들을 뽑는 일은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아파도 뽑아야 한다

뽑아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새살이 돋을 수 있다


우리 삶도 그러하다

상처 위로 새살이 돋아나야

다시 재생될 수 있다


끝이라 생각되었던 순간에도 항상 길은 있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찾으면 된다

그 의지, 바로 그 의지가 깊은 상처에서 우리를 구원해 준다


그 의지는 깊은 상처가 단순히 상처로만 남지 않고

새살이 되도록 도와준다

나의 존재의 뿌리를 더 단단히 만들어주고

내 세상을 상상이상으로 키워준다


산다는 것

숨을 쉰다는 것

그리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준다


그러니 의지를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사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지라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포기하는 순간 깊은 상처는 상처로만 남아

새살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잊힌다.

잊힌 상처 속에 중요한 내 일부도 함께 잊힌다

그저 잊힌 체 묻힌다


하지만 삶은 기적과도 같다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나를 살리고

바로 그 내가 또 다른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


내가 나 스스로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

나 자신을 깊이 상처 입히는 것과 같다면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치유해 주는 것도 사랑이다


사랑으로 인해 얼은 마음은 사랑으로 녹여주고

부서진 마음은 사랑으로 고쳐주고

찢어진 마음은 사랑으로 다시 붙여주자


그래서 사랑하기 전보다 더 예쁘고 건강한,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지혜롭고 성숙한 내가 될 수 있도록!




Photo from Unsplash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해변의 카프카’에서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가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괴로운 마음을 토로하며 묻는다.


“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 그 누군가를 깊이 상처 입히는 것과 같아야 하는지를 말야. 즉 만일 그렇다면,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


책을 읽은 뒤에도 나는 꽤 오랫동안 그의 질문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러다 어제 동생 J의 용기 있는 행동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그 울림을 시에 담아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듯 우리들 안의 다무라 카프카 군에게 전해주고 싶다. 아무리 깊은 상처도 사랑으로 치유해 낼 수 있다고.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사랑을 해 나가라고.




https://youtu.be/2on4IS8fIcc?si=t3vLIdFvfIcoS5My

상처받은 마음아, 좋은 음악을 듣고 잘 나으렴. 다시 예쁘고 건강해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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