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기억하지 못하는 (하)

창작 소설

by 이제은





고요함 속에서 우리들의 심장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곤 나를 바라보던 그가 입을 떼며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서로에게 그 어떤 말을 하던, 앞으로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오던,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겠지. 내가 너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야.


내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 이마에 살짝 입술을 붙였다 떼며 장난스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너의 로미오가 되어줄 테니 너도 나의 줄리엣이 되어준다면 난 정말 기쁠 것 같아.”


나는 말없이 그의 가슴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힘찬 심장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그의 온기도 느껴졌다. 그의 숨결도. 나를 더 강하게 끌어안는 그의 조심스러운 팔들도.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말없이 안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내가 그에게 말했다.


“왠지 이렇게 안겨서 너의 쿵쿵 울리는 심장소리와 너의 온기를 느끼니까 마치 엄마의 뱃속으로 되돌아간 신기한 기분이 들어. 내가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이 따뜻함과 평화로움... 그래... 마치 행복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이 벅차오름. 그게 내가 지금 네게 안겨서 너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그의 가슴에 한 손을 올려놓고 다른 한 손은 내 가슴 위에 올려놓은 후 눈을 감았다. 서로 뛰는 속도와 세기는 다르지만 묘하게 안정됨을 느꼈다. 그가 말하기 시작하자 그의 가슴을 통해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그래. 어쩌면 네가 지금 느끼는 그 감정, 즉 사랑이라는 감정의 시작은 너의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였을지도 모르지. 우리가 태초에 난생처음 느끼게 되는 감정은 바로 그 사랑이 아닐까 싶어. 어머니의 사랑. 결국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네가 처음으로 느꼈던 어머니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 본질은 같다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즉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며 느끼는


사랑이란 이 감정은 사실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낯설지 않고 그 감정을 느끼면 느낄수록 끊임없이 갈구하며 원하는 거야. 우리가 태초 처음 느꼈던 그 거대한 사랑을 찾아서.”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 어딘가 터진 듯 따뜻한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내가 가끔 아침마다 느꼈던 감정.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허무감이 밀려와 나의 마음을 이유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슬픔의 바다로 만들어 버린. 마치 내가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엄청난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는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 조차 잊어버려 더 이상 찾을 수 도 없어버려 진 그런 알 수 없는 마음.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이 거대한 사랑이었던 것이 아녔을까? 그동안 나는 홀로 수많은 날들을 내 안의 슬픔의 바다에서 허무함의 노를 저으며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해 찾을 수 없는 것을 찾아, 내가 상실한 그 무엇을 찾아 헤매었었다. 간절히. 애타게. 하지만 잠에서 깨면 꿈의 기억이 사라지듯, 희미해지듯, 나의 노력은 매번 사라지고 희미해졌다. 저 바위들에 부딪혀 부질없이 부서지는 흰 파도처럼. 붙잡고 싶어도 그것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기만 했었다.



그런 내게 그는 내가 상실한 것이 이 거대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평소 내가 인도 명상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그는 내 눈물을 닦아주며 장난스러운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네가 맨날 말하듯이 나는 너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몇천 년, 아니 몇만 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너를 기쁘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나는 오늘도 눈을 뜬다. 예전에 찾아오던 그 알 수 없는 허무함과 슬픔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간다. 그리고 무거운 커튼을 활짝 걷고 창문을 열어 테라스로 걸어 나가 끝없이 펼쳐진 햇빛에 별가루처럼 반짝이는 푸른 바다를 눈에 가득 담는다. 그리고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내뱉는다. 그리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다. 내 마음이 이렇게 사랑이 가득 찬 한 이유는 단순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행복하고 달콤한 꿈을 꾸어서 일지도...





'꿈, 기억하지 못하는'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 좋아하는 Il Volo의 노래 'Màs Que Amor'을 들으며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희미한 꿈의 기억을 살려서 써본 글입니다. 평소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여러 종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써보니 결국 사랑 또한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네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만드는 누군가, 우리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져다준 그 누군가를 위해 용기를 내어 올려봅니다. 감사합니다 :)


(커버사진: 칸쿤의 어느 아침 바다를 바라보는 베란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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